폭염 속 식중독 비상…"상한 음식보다 '교차 오염' 더 위험"
10년간 식중독 환자 절반 이상 여름철 집중
실온 해동·무분별한 지사제 복용 주의 당부
[파이낸셜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세균성 장염과 식중독 발생 위험이 커지면서 식재료 관리와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의료진의 당부가 나왔다.
특히 음식이 상한 것뿐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차 오염'이 주요 감염 원인으로 꼽히면서 올바른 조리 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발생한 식중독 환자의 57%가 6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됐다. 최근 5년간에는 8월보다 7월 환자가 더 많아지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름철에는 살모넬라균과 병원성 대장균, 생닭을 통해 감염되는 캠필로박터, 어패류를 매개로 하는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대표적인 식중독 원인균으로 꼽힌다.
의료진은 식중독을 단순히 상한 음식을 먹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일산차병원 소화기내과 송경호 교수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차 오염과 식재료 보관·해동 방법, 개인위생 관리 여부가 감염 위험을 크게 좌우한다"며 "기본적인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상당수의 식중독과 세균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고기나 생닭을 손질한 칼과 도마를 충분히 세척하지 않은 채 채소나 과일을 손질하는 경우다. 육류에 있던 병원균이 다른 식재료로 옮겨가면서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육류를 만진 손으로 다른 식재료를 다루는 것도 같은 원리다.
특히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혈성 설사와 함께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아와 고령층에서는 급성 신부전 등 중증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살모넬라균 감염 역시 발열과 복통, 설사를 유발하며 일부 균종은 장티푸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식재료 해동 방법도 중요하다. 의료진은 여름철 실온에서 냉동식품을 해동하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만큼 실온 해동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냉동식품은 사용 전날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이거나 밀봉한 상태에서 찬물로 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냉동 어패류를 실온에 장시간 방치하면 장염비브리오균이 급격히 증식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할 경우 복통과 설사, 구토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간질환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은 패혈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고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설사는 몸속 병원균과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인 만큼 장운동을 억제하는 지사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탈수가 심하거나 야간 설사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고열이나 혈변, 심한 복통이 동반되거나 영유아,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송 교수는 "조리 전후에는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손을 씻고, 육류와 채소용 도마와 칼을 반드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성 설사 환자는 대변 PCR 검사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원인균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 치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