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검찰, 성범죄 10건 중 1.6건 보완수사 요구… 부실수사 막았다 [기로에 선 보완수사권 (1)]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장윤기·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완수사로 '성범죄' 밝혀
성폭력상담소 등 6개 단체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
보완수사 가능하도록 해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등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형소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등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형소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뒤 경찰 송치사건의 불기소 처분은 해마다 늘고, 구속영장 기각률은 26%를 넘어섰다. 수사기관의 수사권 오남용을 견제할 마지막 장치인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미칠 후폭풍에 대해 4회에 걸쳐 다뤄본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성과는 성범죄 사건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경찰이 성범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으나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례가 10건 중 최대 1.6건에 달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성범죄 피해자가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길을 잃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검찰연감에 따르면 2021~2024년 '강간과 추행의 죄(강간·준강간·강제추행·강간살인 등)'의 보완수사요구 비율은 전체 처리 사건 대비 10~16%로 기록됐다. 전체 사건 평균인 9~13%보다 높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성폭력범죄(강간 등 상해, 특수강간, 성폭력처벌법 위반)의 보완수사요구 비율도 14%에 달했다.

검찰이 성범죄 사건에서 직접 보완수사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 4월 우수 사례로 선정된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지영 부장검사)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15세 피해자 준강간·불법촬영 사건에서 경찰이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피의자 주장을 받아들여 불송치했다. 검찰은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피의자들을 다시 조사해 진술 맞추기 정황과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확인했다.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피해자 측 진술 기회를 보장했고, 결국 주범 2명이 구속됐다.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질적 검토'를 통해 혐의를 밝혀낸 사례도 있다. 같은 달 우수 사례로 선정된 대구지검 여조부(전세정 부장검사)는 20여년 전 몰래카메라 촬영·협박 사건에서 압수된 녹음테이프를 디지털화해 협박 육성을 확인하고, 사건 기록을 재검토해 범행에 이용된 이메일 계정과 계좌의 동일성을 밝혀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 2월 선정된 부산지검 형사1부(유정현 부장검사)도 피해자가 경찰에서 강간 피해를 진술했음에도 단순 특수상해·절도 혐의로만 송치된 사건을 CCTV 분석과 피해자 재조사를 거쳐 강간 등 상해 혐의로 변경해 구속기소했다.

장윤기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보완 수사를 통해 혐의 자체를 변경한 경우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는 이날 광주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음을 사건 발생 2개월 만에 인정했다.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화질이 개선된 사건 현장 주변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의 내용이 심경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성범죄 사건에서 핵심은 피해자 인권으로 꼽힌다. 이들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가 부실해도 이를 다시 바로잡아 줄 '대안'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을 경우 사건이 종결되면서 경찰에서 새 사건번호가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자신의 사건 진행 경과를 추적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시민단체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되면 안 된다"며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는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전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 이모씨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한 뒤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로 재차 바꿨다. 이로써 이씨의 형량도 높아졌다.

염형국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경찰이 적절치 않은 수사를 했을 때 사후적으로 다시 바로잡는 수사과정은 필요하다"며 "현재도 피해자 입장에서 굉장히 불합리하게 진행경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격하'될 경우 경찰 수사를 점검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황호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보완수사 요구 시 사건번호가 추적되지 않는 부분은 검찰이 종결 처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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