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범벅 알몸인데 그냥 보냈다"...순찰차 향해 손 흔드는데 내리지도 않은 경찰
[파이낸셜뉴스] 경북 경산시에서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피투성이 나체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던 20대 남성을 경찰이 눈앞에서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유족 측은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응으로 인해 피의자가 범행 현장으로 돌아가 증거를 훼손하는 등 추가 문제가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4일 중앙일보와 경북 경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4시경 경산시 하양읍의 한 자택에서 A(24)씨가 동갑내기 친구 B(24)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옷을 모두 벗은 채 온몸에 피가 묻은 상태로 집을 나와 인근 편의점에서 우유를 마시는 등 기행을 벌였다.
오전 4시 18분경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나체로 돌아다닌다"는 편의점 직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각 순찰차를 출동시켰다.
하지만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경찰의 대응은 무기력했다. 오전 4시 20분경 순찰차는 도로를 배회하던 A씨와 불과 2m 안팎의 거리에서 마주쳤다. A씨는 오히려 순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차량과 마주한 시간이 25초 이상 지속되었음에도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신원을 확보하거나 제압하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A씨가 도주하기 시작하자 뒤늦게 추격이 시작됐다.
경찰이 현장에서 A씨를 확보하지 못한 사이 그는 다시 자신의 범행 현장인 자택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 B씨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 C씨 등이 도착해 있었다. C씨의 증언에 따르면, 돌아온 A씨는 피 웅덩이 속에 숨져 있는 B씨 옆에 엎드려 눕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 심지어 집 안에 있던 명품 시계와 현금 2000만 원을 챙기며 "어머니께 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현장에 있던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제압되었고, 뒤늦게 도착한 경찰에 의해 오전 4시 57분경 체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치명상을 입은 B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친구 C씨와 통화하려 하자, 전화를 강제로 빼앗아 "나 귀엽지"라고 말하는 등 고인을 조롱한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미흡한 대응으로 체포가 지연됐다"며 "현장에 있던 친구들이 직접 제압하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성토하며 철저한 경위 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순찰차에 탑승했던 직원들은 A씨가 살인을 저지른 상태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알몸에 피가 묻어 있어 정차 후 지시를 내렸으나 피의자가 곧바로 달아났고, 순찰차로 추적하는 것보다 길바닥에 남은 혈흔(피 족적)을 따라 범행 장소를 수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부실 대응 의혹을 반박했다.
대구지방법원 경산시 법원은 지난 7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16일 A씨의 신상을 공식 노출하기로 결정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