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 '조엄사 허용' 법안 가결…엄격한 기준 적용
[파이낸셜뉴스] 오랜 논쟁 끝에 프랑스 하원이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성인 환자의 조엄사(조력사 사망)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24 방송은 프랑스 하원이) 엄격한 조건 하에 말기 환자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291표, 반대 241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향후 프랑스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프랑스는 각기 다른 기준과 규칙을 적용해 조력사를 허용하고 있는 전 세계 11개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조력사 법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두 번째 5년 임기 중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그는 이를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프랑스식 모델'이라고 명명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조력 사망 권리에 관한 법안이 마침내 채택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과 고통, 그리고 존엄성에 관련된 개인적이고도 심오한 사안인 만큼, 시간을 두고 경청하고 대화하며 토론하는 방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조력사나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가 이를 합법화한 이웃 국가로 원정 조엄사를 떠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 법안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하는 '의사조력자살'을 골자로 한다. 환자가 신체적으로 직접 약물을 투여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적 조력사를 신청하려면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상은 18세 이상의 프랑스 시민권자 또는 합법적 체류자로 담당 의사가 의료진 팀과 협의를 거쳐, 환자가 치료 불가능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는 말기 단계에 있어야 하며, 완화할 수 없는 참기 힘든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
약물 요청은 환자 본인의 자유 의사로 정신적 고통만으로는 신청할 수 없으며, 중증 정신질환자나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의료진이 15일 이내에 이를 검토하며, 최소 2일간의 의무 숙려 기간을 거친 후 최종 확정된다. 승인 시 환자는 집이나 의료시설 등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당일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의 최종 의사를 재확인하고 만일의 부작용에 대비해 대기한다. 모든 관련 비용은 프랑스 국민건강보험에서 전액 지원된다.
프랑스 내 찬성론자들은 "이 법안이 환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끝낼 기회를 주는 동시에, 자신의 의료적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쥐어주는 인도적 조치"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고령층이나 질병·장애를 가진 취약 계층이 사회적·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조력사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조력사 도입보다는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호스피스)'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