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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에 제동" 日, 임시주총 문턱 높인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결권 3%→5% 상향 추진…주주제안도 손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정부가 행동주의 펀드(액티비스트)의 경영 개입을 제한하기 위해 회사법 개정에 나선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는 지분 요건을 현행 의결권 3%에서 5%로 높이고 주주가 제안할 수 있는 안건의 범위도 축소하기로 했다. 단기 주주환원 요구가 기업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시주총 소집 요건 3→5% 상향..주주제안도 손질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 사법제도조사회 산하 '성장지향형 기업지배구조 프로젝트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언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법제심의회 논의를 거쳐 이르면 2027년 정기국회에 회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핵심은 임시주총 소집 요건 강화다. 현행 회사법은 총 의결권의 3%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가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5%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유럽 주요국은 의결권 또는 자본금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만 이 권한을 인정하는 사례가 많고 미국은 정관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 주주의 청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주주제안권도 손질한다. 자금조달과 조직개편, 인사 등 이사회 권한에 속하는 업무집행 사항을 정관 변경을 통해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는 의결권 1% 이상 또는 300개 이상의 의결권을 일정 기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300개 의결권' 기준을 없애고 '1% 이상' 기준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실질주주를 파악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조사자 제도도 손질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 주주제안에 日 "과도한 개입 막겠다"
이번 제도 개편은 최근 행동주의 주주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일본 상장사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주주가 제출한 안건은 139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대상 기업은 51곳으로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이사 선임 요구 등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실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행동주의 주주가 제출한 안건 가운데 실제 가결된 것은 음식점 정보 사이트 운영사의 이사 선임안 1건뿐이었다. 평균 찬성률도 16.9%로 2024년 25.7%, 2025년 18.7%에 이어 3년 연속 하락했다. 기업들이 사전에 경영전략을 적극 공시하고 기관투자가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행동주의 주주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상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전체 주주제안에서는 정관 변경 요구가 급증했다. 니시무라 아사히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6월 주주총회에서 1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제출된 389건의 주주제안 가운데 정관 변경안은 240건으로 전체의 60%를 넘었다.

일본 정부는 자금조달과 조직개편, 인사 등 본래 이사회 권한에 속하는 사항까지 정관에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의 기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자민당은 이번 개정이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제언안에는 "감독과 경영 성과에 따라 이사와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은 정반대..행동주의 펀드 더 힘 받나
반면 한국은 일본과 다른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 중이다. 상법 개정과 의무공개매수제, 이른바 '주가누르기방지법' 등을 추진하며 소액주주 권익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DMI)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로부터 공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받은 국내 기업은 60곳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와 같았다. 비공개 주주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대상 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DB손해보험에서 주주제안 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 상장사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이사가 선임된 첫 사례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삼영전자 감사 선임안을 통과시켰고 VIP자산운용은 월덱스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안건 부결을 이끌어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은 2014~2015년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 이후 행동주의 펀드가 급성장했다. 그 결과 올해 주주제안은 역대 최대인 139건을 기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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