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빛으로 다시 읽는 과천관 40년...자연·건축·예술을 잇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과천관 개관 40년 기념전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언론공개회를 갖고 황형신 작가의 작품 '재구성된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과천관 개관 40년 기념전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 언론공개회를 갖고 황형신 작가의 작품 '재구성된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지훈 '자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지훈 '자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필립 파레노 '마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필립 파레노 '마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지난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과천관 개관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이반 나바로 '무제(쌍둥이 빌딩)'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과천관 개관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이반 나바로 '무제(쌍둥이 빌딩)'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밝은 빛은 자연과 건축을 드러내는 물리적 요소이면서 동시에 작품과 관람객,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관람객들은 조각공원에서 시작해 로비와 브리지, 전시실을 거쳐 다시 야외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과 시간, 기억이 교차하는 새로운 미술관 경험을 하게 된다.

개관 4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이 '빛'을 매개로 자연과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단순히 소장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천관을 이루는 자연과 건축, 빛을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머무르고 체험하는 장소'로 다시 만나도록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개관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1986년 건축가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과천관은 서울의 도시성과 과천의 자연환경이 만나는 입지 위에 조성된 국내 대표 현대미술관이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축적해온 과천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빛'이다. 전시는 '광경'(11월 29일까지), '잔상'(내년 10월 31일까지), '머무는 자리'(11월 29일까지)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로비와 브리지 등 공용공간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과천관의 건축과 자연을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하는 전시다. 로비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 '마퀴'(2019)가 소장 이후 처음 공개된다. 극장 입구의 전광 간판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LED와 네온 조명이 일정한 리듬으로 점멸하지만 어떠한 정보도 전달하지 않는다. 관람객들은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만을 경험하며 전시의 첫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파레노는 이를 통해 작품보다 '기다림'과 '가능성'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전환한다.

3층 브리지에서는 김아영의 대표 연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새롭게 선보인다. 플랫폼 노동과 데이터, 알고리즘 시대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온 김아영은 가상의 도시를 횡단하는 두 인물의 여정을 통해 선형적 시간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LED 패널과 브리지의 통유리를 활용해 실제 자연 풍경과 디지털 이미지가 중첩되도록 재구성했다. 현실과 가상,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관람객은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게 된다.

신설된 2원형전시실에서는 빛 자체를 작품의 재료로 삼아온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업이 소개된다.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후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LED 조명과 반투명 스크림을 활용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빛으로 채우는 설치작업으로, 약 2시간30분 동안 색채가 호흡하듯 천천히 변화한다. 관람객들은 보는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빛을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는 감각으로 마주하게 된다.

칠레 출신 이반 나바로는 네온과 거울을 활용한 두 작품 '에코(벽돌)'(2012)와 '무제(쌍둥이 빌딩)'(2011)를 선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울 구조는 실제보다 훨씬 깊은 공간을 만들어내며 기억과 부재, 희망과 불안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환기한다. 특히 '무제(쌍둥이 빌딩)'는 9·11 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를 연상시키며, 물리적으로 사라진 건축물이 남긴 심리적 공백과 기억의 흔적을 조용히 되살린다.

야외 조각공원 프로젝트 '머무는 자리'는 기존의 조각 감상 방식을 바꾸는 시도다.

과천관이 지난 40년간 축적한 조각공원의 역사 위에 김하늘, 방효빈, 임정주, 하지훈, 황형신 등 5명의 작가가 신작을 설치해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며 머무를 수 있는 새로운 조각을 제안한다.

김하늘은 폐스티로폼 어상자를 활용한 '스티로폼 소파'를 통해 버려진 재료에 새로운 기능과 시간을 부여한다. 방효빈의 '고리의 궤도'는 반복되는 금속 고리 구조를 통해 사람과 풍경, 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임정주의 '논엘로퀸트'는 기능이 정해지지 않은 구조물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 작품과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며, 하지훈은 한국의 돗자리 문화에서 착안한 '자리'를 통해 휴식과 조각의 경계를 허문다. 황형신의 '재구성된 풍경'은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에 하늘과 숲, 관람객의 움직임을 반사시켜 변화하는 자연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기념비적 조형물을 바라보던 기존 조각공원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조각을 몸으로 경험하고 오래 머무는 장소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와 함께 조각공원 주요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별 상영 프로그램 '조각공원의 예술가들'도 마련된다. 이우환, 베티 골드, 아바카노비치, 제니 홀저의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며, 참여형 이미지 아카이브 '장면들', 어린이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밤의 미술관 탐사, 특별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6년 개관 이후 과천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수많은 예술적 실험을 품어온 공간"이라며 "개관 4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가 과천관의 유산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40년을 함께 상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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