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귀한 몸 '버스덕트'… 빠른 납기로 美 러브콜 쇄도[퍼스트무버 2026]
(5) LS전선
DC '전력 고속도로' 불리는 설비
경쟁사보다 1년 빠른 납기 강점
글로벌 빅테크 등 문의 10배 ↑
내년초 생산력 2.5배까지 확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사업이었다."
지난 2000년 LS전선에 입사한 이민우 배전테크센터장은 버스덕트 사업이 회사 안에서 '찬밥 신세'였던 시절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고속도로'로 불리는 버스덕트는 당시에는 건물과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설비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당시 연매출은 180억원 남짓. 회사 안에서는 사업부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바꿨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개를 동시에 구동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버스덕트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한때 비주류였던 사업은 올해 8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LS전선은 내년 2조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2021년 말 구본규 대표(CEO) 취임 이후 이어진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도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탰다.
이 센터장은 "과거에는 글로벌 업체가 고객이자 경쟁사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업체들이 우리 부품을 사용하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생겼다"며 "설비부터 제품 개발까지 자체 기술로 대응하고, 고객 요구에 맞춰 빠르게 개발과 인증을 마친 경험이 쌓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AI시대 '전력 고속도로'된 버스덕트
19일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만난 LS전선 버스덕트 사업의 주역들은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전력 사용의 변화'를 꼽았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전력 인프라 역시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20여년 전 인터넷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여러 대 쌓아놓는 랙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이 1.5킬로와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거 탑재되면서 현재는 랙당 200㎾ 수준까지 올라왔고, 업계는 향후 1메가와트(㎿) 시대도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존처럼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나타났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발열과 유지보수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가닥의 전력 케이블을 하나로 묶어 대용량 전기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배전설비인 버스덕트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버스덕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요구 수준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센터장은 "처음에는 고객 요청 사항이나 스펙을 보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기존에 저희가 보던 스펙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제품 형태와 설치 방식, 용량까지 모두 달랐지만 고객 요구를 하나씩 맞춰가며 기술과 시스템을 함께 갖춰 나갔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는 고객 문의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윤현기 LS전선 데이터센터솔루션팀장은 "2024년 말만 해도 미국에서 하루 한 건 정도 들어오던 견적 문의가 지금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장기공급계약(LT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납기 4개월' 승부수로 경쟁력 확보
LS전선이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최대 1년 이상 빠른 납기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센터를 완공하고 서비스를 시작하느냐를 의미하는 '타임 투 마켓'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LS전선의 표준 버스덕트 제품 납기는 미국 도착 기준 4~5개월 정도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통상 11~16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고객이 제품 변경이나 안전장치 추가를 요구하면 6개월 안에 개발과 인증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대응해왔다"며 "이런 경험이 지난 몇 년간 쌓이면서 글로벌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워서라도 현장을 지원한다. 납기와 민첩성, 품질 대응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납기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한국·중국·베트남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고,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멕시코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생산능력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 세 차례 증설을 거쳐 기존보다 1.5배 이상 확대됐고 중국과 베트남 공장도 연내 1.5배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윤 팀장은 "멕시코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초에는 글로벌 전체 생산능력은 내년 초 현재의 약 2.5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유럽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 생산거점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