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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세관광업 성희롱 교육 '자료 배포' 그쳐… 현장 대응체계 필요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영세사업체 실태 분석
사업주·근로자·취약계층 등 30명 심층면접
고객 성희롱 대응 매뉴얼·외부 상담창구 요구
장애인용 그림·영상, 이주근로자 다국어 교육
대표자 우선교육·제주형 예방대응지원단 제안
'성평등 관광일터' 인증·인센티브 도입 건의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효성 증진방안’ 보고서 표지. 연구원은 10인 미만 관광사업체의 예방교육을 현장 중심의 신고·상담·피해자 보호체계와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공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효성 증진방안’ 보고서 표지. 연구원은 10인 미만 관광사업체의 예방교육을 현장 중심의 신고·상담·피해자 보호체계와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자료 게시와 온라인 수강 등 형식적 이수에 머물러 피해 예방과 사후 대응에 한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객 응대가 잦은 관광업의 특성과 장애인·이주배경 근로자의 교육 접근성을 반영한 공공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효성 증진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책임자는 이연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며 강지영 전 경찰청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 행정사무관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 대상은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제주지역 관광사업체다. 현행 제도상 사업주는 매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하지만 10인 미만 사업장은 교육자료나 홍보물을 게시·배포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방식이 교육 내용을 실제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피해 발생 때 대응 절차까지 익히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교육 실시 여부보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예방·신고·보호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제주 관광산업의 영세한 고용구조도 교육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2024년 제주지역 전체 사업체 3만507곳 가운데 관광 관련 사업체는 1만344곳으로 33.9%를 차지했다. 관광 관련 사업체 근로자는 6만3068명으로 전체 사업체 근로자의 30%에 달했다.

관광업은 숙박·음식점과 여행·사업지원, 문화·체험·여가시설 등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업종이 많다. 계절·단기 고용과 임시·일용직, 프리랜서 비중도 적지 않아 사업장 내부뿐 아니라 고객에 의한 성희롱 대응이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연구진은 지난 4월 14일부터 30일까지 사업체 대표와 업무담당자, 여성·남성 근로자, 장애인·이주배경 근로자, 현장 전문가와 강사·통역사·문화해설사 등 5개 그룹 30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했다.

사업자 대표와 업무담당자들은 교육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인력과 시간, 비용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고객이 근로자를 성희롱했을 때 대표자와 관리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담은 현장 매뉴얼을 요구했다.

근로자들은 온라인 영상 시청이나 수료증 제출, PDF 자료 확인 중심의 교육으로는 실제 대응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법률 설명보다 업종별 사례와 판단 기준, 신고 절차, 피해자 보호, 고객 성희롱 대응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쉬운 언어와 그림·영상, 반복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배경 근로자에게는 쉬운 한국어와 다국어 자료, 통역 지원, 체류·고용 불안을 고려한 피해자 보호절차가 요구됐다.

연구 보고서는 제주도가 예방교육과 상담, 사건 대응, 피해자 보호를 연결하는 '제주형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응 지원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원 대상에는 10인 미만 사업체와 1인기업, 프리랜서, 일용직, 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종사자 등이 포함됐다.

음식점과 숙박업, 여행업, 체험관광, 문화해설, 통역, 운수 등 업종별 사례를 담은 교육 콘텐츠도 제시했다. 대표자·관리자 우선교육과 외부 전문 상담창구, 사건 발생 후 2차 피해 방지교육을 연계하는 방안도 담겼다.

교육과 대응체계를 갖춘 사업체를 인증하는 가칭 '성평등 관광일터 인증제'도 제안했다. 교육 이수와 고객 성희롱 대응 매뉴얼, 다국어 안내자료, 외부 상담기관 연계, 피해자 보호절차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연화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관련 조례 정비와 업종별 교육 콘텐츠 개발, 관리자 교육 시범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예방대응지원단과 교육관리시스템, 관광서비스 교육 플랫폼, 인증제를 연결해 교육부터 상담·대응·평가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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