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보다 신용'…석화 구조조정, 등급 방어 시험대 [fn마켓워치]
[파이낸셜뉴스]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신용등급 방어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업황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업재편의 성패는 실적보다 신용등급 하락세를 끊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는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평가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실질적인 재무부담 완화 효과를 추가로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참여하는 '여수 1호 사업재편 프로젝트'를 지난 20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발표된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석유화학 사업재편이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폴리에틸렌(PE)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현물출자하고,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NCC와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여천NCC와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총 5450억원을 출자해 여천NCC의 시장성 차입금 상환 재원을 마련한다. 정부도 최대 45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과 협약채무 상환 유예, 세제 지원 등을 추진한다.
시장 관심은 구조조정 자체보다 신용등급을 방어할 수 있느냐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달금리 상승뿐 아니라 차입계약상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이 발동돼 대규모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여천NCC는 한국신용평가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이후 BBB+ 이하에서 조기상환하도록 설계된 총 400억원 규모 사모사채의 EOD가 발생한 바 있다. 거래은행 신용공여를 활용해 상환하면서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는 피했지만 신용등급 한 단계 하락이 곧바로 자금시장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사업재편으로 여천NCC의 재무안정성은 상당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PE 사업 현물출자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흡수합병을 통한 자본 확충에 더해 총 5450억원의 유상증자로 시장성 차입금을 상환하고 협약채무 상환도 유예되면서 유동성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간 실적 회복은 쉽지 않고 일부 NCC 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손상차손 가능성은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여수공장 관련 차입금이 통합법인으로 이전되면서 연결 차입금은 감소할 수 있지만, 통합법인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이나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할 경우 실질적인 재무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법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지분법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원 "향후 통합법인으로 이전되는 자산과 차입금 규모, 지급보증 제공 여부, 정부 금융지원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추가로 확인해 신용도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구조조정은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의미가 있지만 원가 경쟁력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다만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이어져 온 신용등급 하향 흐름을 방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