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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한옥 지으면 50년 거뜬… 어떤 K콘텐츠보다 생명력 길죠"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남해경 전북대학교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
국내 1호 '한옥건축학과' 만들어
美·佛 등 세계 한옥 프로젝트 주도
드라마 영향으로 러브콜 쏟아져
목재 수출·기술자 체류 등 걸림돌
민간은 물론 정부도 대응 모색을

남해경 전북대학교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 남해경 명예교수 제공
남해경 전북대학교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 남해경 명예교수 제공

"한옥은 한번 지으면 50년 이상 그 자리에 남아 한국을 알립니다. 전파 속도는 느리지만 다른 어떤 한류 콘텐츠보다 생명력이 길지요."

23일 만난 남해경 전북대학교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 겸 한옥산업관 관장(사진)은 한옥의 세계화는 한국의 생활문화와 건축정신을 세계인의 일상에 심는 작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북대가 추진 중인 러시아 툴라 지역 한옥주택 프로젝트는 이 같은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시험대다.

남 교수가 한옥 연구에 뛰어든 출발점은 우리 건축에 대한 애정이었다. 세계적인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작품에 고유한 민족정신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 주목해 한옥의 현대적 계승방안을 고민했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와 민족의 건축정신을 현대건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민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지속가능한 건축이 한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국내 최초 한옥건축학과를 전북대에 만들고 해외 진출을 이끈 일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전북대는 학부와 대학원 한옥학과를 비롯해 한옥설계·시공관리, 한옥대목수 양성, 시민 평생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학교 측 자료에 따르면 전북대는 10년간 약 2000명의 한옥 전문인력을 길러냈다. 교육생들은 관련 분야 취업과 창업은 물론 농촌 노후주택 수리와 한옥 정자 기증에도 참여했다.

한옥 세계화도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전북대는 베트남 퀴논시에 정자와 홍보관, 주민센터, 어린이집 등으로 활용되는 한옥을 건립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에서도 한옥 주택과 마을, 컨벤션센터, 전통정원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 툴라 지역에 한옥주택을 짓는 계약을 마쳤다. 기존 해외 한옥의 수요자가 주로 한국인이나 교포였던 것과 달리 건축주는 러시아 현지인이며 용도도 실제 살림집이다.

건축주는 한국산 재료를 사용해 장인이 전통방식으로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남 교수는 "한옥의 외형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기술, 그 안에 담긴 문화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는 뜻"이라며 "한옥을 매개로 한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옥을 찾는 배경에는 한류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옥을 접한 외국인의 건립 문의가 늘고 있다. 목재의 친환경성과 온돌의 쾌적함, 유려한 처마선도 한옥의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옥 수출에는 의사소통과 무역규정, 통관·검역, 훈증, 적재, 현지 인력 확보, 한국 기술자의 체류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 등은 외래생물 유입을 막기 위해 목재 검역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남 교수는 개별 시공업체의 노력과 함께 국가 차원의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옥 용어와 교육체계를 표준화하고 국가별 목재 검역·건축 기준에 대응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한옥을 '느리지만 오래가는 한류'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옥은 규모가 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전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며 "그 대신 한옥 한 채가 50년 이상 한자리를 지키며 한국을 홍보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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