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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 "유산 몇 초 만에 파괴, 복원에는 수세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유네스코가 강조한 키워드는 '대화와 협력'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유선준 기자】수백 년 동안 이어진 문화유산은 단 몇 초 만에 파괴될 수 있지만, 이를 되살리는 데는 다시 수십 년 또는 수세기가 필요하다. 전쟁과 개발,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까지 세계유산을 둘러싼 위기가 복합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유네스코가 제시한 해법은 강제보다 '대화와 협력'이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화와 협력으로 움직이는 기구"라며 "유산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 전문가, 시민, 지역공동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본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 해석 문제를 비롯해 종묘 주변 개발 논란, 분쟁지역 문화유산 보호, 부산선언의 실천 방안과 부산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아소모 센터장은 먼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데 대해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자국의 유산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세계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위원회 개최 역시 한국이 이어온 국제협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도광산의 후속 조치와 역사 해석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유산협약의 작동 방식을 거론했다. "당사국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자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면 당사국은 그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하고,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가 이행 여부와 보존 상태를 검토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화와 협력으로 운영되는 기구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결정을 강제할 별도의 수단은 없다"면서도 "지속적인 보고와 검토를 통해 유산의 보존 상태와 결정문 이행 여부를 계속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사도광산 관련 결정문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에는 "결정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위원국의 합의로 결정문이 채택됐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와 세계유산센터는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 모두와 협력하고, 양국 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서울 종묘 주변 개발 논란과 관련해서는 유산영향평가와 이해관계자 간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소모 센터장은 "종묘는 한국이 최초로 세계유산에 등재한 유산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유산"이라며 "종묘가 직면한 개발 압력은 종묘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지역에 자리한 세계유산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도시 속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제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주변 개발이 유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개발이 추진될 경우, 세계유산센터가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종묘와 관련한 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여러 이해 관계자가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절차와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며 "종묘를 보존하는 일은 특정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종묘 주변 개발 갈등 속에서 아소모 센터장은 전쟁과 분쟁으로 파괴되는 문화유산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문화유산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 특히 공동체의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전쟁범죄로 규정돼야 한다"며 "분쟁으로 파괴되는 것은 건축물이나 유적만이 아니다. 수세대에 걸쳐 유산을 지켜온 사람들과 공동체의 기억, 정체성도 함께 파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산은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지지만 단 1~2초 만에 무너질 수 있고,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는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평상시 유산을 조사하고 기록하며, 보존과 복원을 담당할 전문가를 양성해 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부산 선언'이 기존 5대 전략 목표에 이어 6번째 목표인 '협력'을 제시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소모 센터장은 "부산은 위원회 유치를 통해 해양 유산 등을 나눌 자격을 증명했다"며 "국가유산청 등과 협력해 부산의 유산이 세계유산이 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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