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유가 상승으로 美 연준 금리 인상에 베팅
[파이낸셜뉴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이번주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인용해 금융시장은 오는 2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마지막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을 38%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13%)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작됐다. 유가는 지난 6월 FOMC 회의 이후 무려 25%나 폭등했으며,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현재 통화정책이 과연 긴축적인지조차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며 7월 FOMC 회의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소킨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회의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50 대 50의 확률"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증언에서 "지속적인 고물가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지난 5월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4.1%를 기록해 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FOMC 내부에서도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로리 로건 달라스 연은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연준이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여기에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도 금리 인상안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5%로 다소 완화된 점을 들어 9월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 유력 인사들은 여름 동안의 물가 추이를 더 관망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가상승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부품 가격 상승, 좀처럼 잡히지 않는 서비스 물가 등을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물가 불안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SMBC 니코 증권의 조 라보르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이 지금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에 인플레이션 퇴치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단기 금리 인상을 통해 장기 대출 금리를 오히려 낮추는 효과를 얻는다면 정치적 부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경제 고문이기도 했던 라보르냐는 워시 의장이 전임인 파월처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금리로 인한 질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당장 인플레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장기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것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가계들은 저축에서 나오는 높아진 이자를 받는 '윈-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