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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심고 싶은데요" 수술 준비만 2년한 사례 [김진오의 탈모탈출]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모발 이식은 머리카락을 새로 만들어내는 수술이 아니다. 뒤에 있는 것을 앞으로 옮긴다. 증축이 아니라 이사다. 가구를 앞방에 모두 옮겨놓으면 당장은 보기 좋을 수 있다. 문제는 몇 년 뒤 앞방에 가구가 더 필요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모발 이식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탈모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때로 모발 이식을 미뤄야 할 때도 있다. 그 말이 환자에게는 거절처럼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좋은 의사는 수술할 수 있는 사람만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은 사람도 구별해야 한다. 때로는 메스를 드는 것보다 내려놓는 데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2년 뒤 이식 하시죠" 모발 이식에는 적당한 '타이밍'이 있다

이마가 넓어졌다고 모두 남성형 탈모는 아니고, 가르마가 벌어졌다고 모두 여성형 탈모도 아니다. 원형탈모, 휴지기 탈모, 견인성 탈모, 염증성 두피질환도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특히 반흔성 탈모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흔성 탈모는 모낭 주변의 염증이 계속되면서 모낭이 사라지고 흉터로 바뀌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 질환들이 늘 요란하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하게 붉지도 않고, 각질이 눈처럼 쏟아지지도 않는다. 가끔 따갑거나 누르면 아픈 정도라 환자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두피가 화끈거리거나, 모근 주변에 각질이 반복되거나, 눈썹과 구레나룻까지 함께 가늘어진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염증이 진행 중인데 그 위에 모낭을 심는 것은 불이 난 집에 새 가구를 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경우에는 모발 이식보다 치료가 앞선다.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그래도 염증을 충분히 안정시키고 수술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결과에 유리하다. 반흔성 탈모에서는 1년 이상, 때로는 2년 가까이 안정 상태를 관찰하고 수술을 검토하기도 한다. 통증과 붉음증이 사라졌는지, 탈모 범위가 더 넓어지지 않았는지, 확대 검사에서 염증 소견이 사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남성형 탈모나 여성형 탈모처럼 비교적 익숙한 질환도 바로 모발 이식을 받을 필요는 없다. 기존 모발이 아직 살아 있다면 먼저 굵게 만들고 지키는 것이 좋다. 모발이 굵어지면 같은 면적을 채워도 이식량이 줄어든다. 처음에는 3천 모가 필요해 보였던 사람이 치료 후에는 2천 모로도 충분해질 수 있다. 남은 1천 모는 미래를 위해 아껴둘 수도 있고, 수술 영역을 넓혀 쓸 수도 있다.

모발이식 전에 약을 써보자는 말은 '평생 약을 강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성별과 나이, 임신 계획, 부작용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약을 쓰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술은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주변 모발이 줄어들 가능성을 넉넉하게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치료 반응이 좋아 모발 이식이 필요 없어지는 사람도 있다. 환자에게는 가장 좋은 결과다. 귀한 공여부를 한 모도 쓰지 않고 원하는 상태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식하면 5년 뒤에도 유지될까? 모발 이식 디자인에는 '미래'가 반영돼야 한다

수술 전 진료에서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헤어라인이 5년 뒤에도 자연스러울지, 정수리가 더 빠지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번 수술 후 공여부가 얼마나 남을지 이야기해야 한다. 기대를 충족하는 "충분히 가능합니다"라는 말은 간결하고 듣기 좋다. 그러나 좋은 수술 계획은 대개 조금 길고, 때로는 듣기에 덜 신난다.

환자도 몇 가지를 준비하면 좋다. 최근 몇 년간의 사진, 복용한 약의 이름, 치료를 중단한 이유, 두피가 따갑거나 아팠던 경험을 정리해 가면 도움이 된다. 원하는 헤어라인 사진과 함께 원하지 않는 헤어라인 사진도 가져가면 의외로 유용하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말할 때 더 정확해지기도 한다.

좋은 모발이식은 수술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시작되지 않는다. 두피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넘겨보고, 남아 있는 모낭과 앞으로 사라질 모발을 함께 계산하는 데서 시작된다. 서두르지 않는다고 결과가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갈 결과를 조금 먼저 준비하는 일이다.

머리를 심기 전에 먼저 심어야 하는 것은 시간과 계획이다.

김진오 원장
김진오 원장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대표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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