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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쓰는 아이 헤아려 주세요" 소아원형탈모 환아들에 '따뜻한 울타리' 짓는 이영 교수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영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원형탈모는 생명에 지장 없는 미용 질환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신약 있지만 의료보험 안돼... 경제적 장벽때문에 치료시기 놓쳐 "아이들 숨어들기 전에, 정부가 제도 정비 나서야" 절박한 호소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주]

소아원형탈모 치료의 한계와 제도적 문제 등을 알려 온 이영 충남대병원 교수. 이 교수는 소아원형탈모의 경우 조기 개입이 절실한 바, 환아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영 교수 제공
소아원형탈모 치료의 한계와 제도적 문제 등을 알려 온 이영 충남대병원 교수. 이 교수는 소아원형탈모의 경우 조기 개입이 절실한 바, 환아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영 교수 제공

[파이낸셜뉴스] 원형탈모는 몸 안에서 시작된다.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가 빠지니 사람들은 "머리 좀 빠지면 어때"라며 단순한 위로를 건넨다. 치료도 쉽지 않다. 어떤 치료는 진전도 없이 독하기만 하고, 어떤 치료는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이 고약한 병이 아이에게 생긴다면 어떨까.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병의 무게에 아이는 안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이영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소아원형탈모로 고통받는 환아와 가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치료의 한계와 제도적 그늘을 걷어내는 일에 앞장서 왔다. 이 교수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환이자 미용 질환이라는 편견에 갇혀 방치된 소아 환아들에게 사회와 국가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1일 이 교수를 만나 그 절박한 목소리를 들었다.

"가발 쓰는 아이 헤아려 주세요" 소아원형탈모 환아들에 '따뜻한 울타리' 짓는 이영 교수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엄마 학교 안 갈래"... 길어지는 병에 숨어드는 아이

― 소아원형탈모를 진료해 왔다. 성인보다 그 현실이 가혹하다고 들었다.
▲ 성인 환자는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에서 병을 마주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정체성은 물론이고 병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상태다. 그 상태에서 낯설어지는 외모와 그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기도, 학령기에 자퇴를 하기도 한다. 아이만 힘든 게 아니다. 부모도 아이의 고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같이 무너진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도 중증 원형탈모 환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환아와 보호자의 '사회적 위축' 점수가 일반인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소아원형탈모는 아이의 사회적 발달과 가정 환경을 위협한다.

― 충남대병원 연구팀의 '원형탈모 환자의 삶의 질' 연구를 보면, 소아·청소년 원형탈모 환자의 경우 '낙인 부여(Stigmatization)' 영역에서 가장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해당 연구는 원형탈모 환자 102명과 대조군 82명의 삶의 질을 비교한 연구다. 연구에 의하면 원형탈모 환자 중 11~25세 청소년·청년군이 10세 이하나 25세 이상 환자보다 기능·감정·자신감·낙인 부여 영역에서 유의하게 더 큰 손상을 보였다. 이 시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자아 형성을 하는 시기다. 외모에 대한 민감도도 가장 높다. 소아·청소년 환자에서는 주요 우울장애 또는 강박장애 유병률이 각각 최대 50%, 3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의 고통도 결코 작지 않다. 대한모발학회에서 진행한 전국 다기관 연구 결과, 소아 중증 원형탈모 환아 가족의 삶의 질 지수(FDLQI)는 평균 19.2점으로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아 자녀보다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이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약도 드문데 지원도 부족... 이중 그늘에 소외받는 환아 가족

― 발병 자체가 아이와 가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에 발병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
▲ 그렇다. 소아기, 특히 사춘기 이전에 원형탈모가 발병한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원형탈모는 모낭이 가진 '면역 특권'이 무너지면서 면역세포가 모낭을 이물질로 인식,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지 않나. 어린 나이에 발병했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유전적·면역학적 소인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고, 성인에 비해 치료 방법도 제한적인 면도 있다.

치료에 제한이 생기면 방치 기간이 길어지고, 이는 곧 유병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병이 길어지면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 데다 전두탈모 혹은 전신탈모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전두탈모나 전신탈모는 자연 회복률이 매우 낮다.

―치료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나.
단순히 부작용 문제만은 아니다. 그동안 중등도 이상 원형탈모에는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등 전신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DPCP 접촉 면역 치료를 시행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의 경우 주사 치료를 하자니 통증과 두피 위축 때문에 탈모 면적이 넓거나 어린 소아에게 적용하기 어렵고, 경구용으로 처방하자니 장기 복용 시 체중 증가, 부종, 고혈당, 고지혈증 등 전신 부작용이 있는 데다 중단하면 재발 위험도 높다. 사이클로스포린도 장기간 사용하면 신독성·고혈압·고지혈증·다모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DPCP 면역치료가 안전한 편이지만 식약처 허가 문제 등으로 많은 병원에서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JAK억제제는 효과가 뛰어나고 12세 이상이면 사용할 수 있지만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크다. 종합하자면 성장기 아이에게 부담이 큰 약제로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치료를 이어가거나 경제적인 부담이나 제도의 한계로 원하는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위축 되지 않는 환경 필요

―딜레마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소아원형탈모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우선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출시된 신약 JAK억제제를 예로 들고 싶다. 이 치료제는 원형탈모의 발병 기전을 '정조준'하는 최초의 표적치료제다. 우리 연구팀도 참여한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의 글로벌 임상에서, JAK억제제인 바리시티닙을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 36주간 투여하자 35~39%의 환자에게서 탈모 면적이 20%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이 약은 꾸준하게 복용해야 효과가 유지된다. 임상에서도 치료 중단 시 8주 이내에 재발이 시작되고, 중단 후 3년 지나자 80%의 환자가 치료 효과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설명한 것처럼 약 값이 비싸고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시작 자체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증 원형탈모 환아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기간,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소아원형탈모 치료 분야에서 의료보험 급여 기준이 제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7월 JAK억제제인 바리시티닙의 급여 기준이 '성인' 중증 원형탈모 환자만을 대상으로 신설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사용가능한 바리시티닙과 리틀레시티닙은 이번 급여 확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아가 12세 미만 소아를 위한 치료제는 국내 허가 자체가 없다. 소아원형탈모는 조기 개입이 절실하고, 조기에 개입할수록 예후가 좋다. 그런데 환아의 가정은 약 값을 전액 본인이 부담하거나, 치료제마저 없는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경제적 장벽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 가발 지원도 시급하다고 들었다.
▲ 가발, 그중에서도 통가발은 환아들에게 매우 필수적인 '보호 장구'다. '장식'이 아니라 장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실제 대한모발학회 연구에서 소아 중증 원형탈모 환아 40명과 그 가족을 조사한 결과, 가발 착용 후 부모가 평가한 아이의 사회적 위축 점수는 건강한 또래 수준까지 회복됐고, 소아 삶의 질 지수와 가족 삶 지수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통가발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성장기 아이들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6개월에서 2년 주기로 가발을 새로 맞춰야 하는데, 정부 지원이 제한적이니 대부분 자비나 민간단체, 비영리단체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가발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수적 지지요법'으로 제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용질환'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적절한 치료로 아이 성장 도울 수 있길

―최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개정됐다. 소아원형탈모 치료 부분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지 않겠나.
▲ 2026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가 개정되면서, 모든 원형탈모를 '기타 원형 탈모증'이라는 하나의 코드로 통합했던 것과 달리 경도·중등도·중증·상세불명으로 세분화할 수 있게 됐다. 명확한 진단과 알맞은 처방을 할 수 있게 된 것. 추정에 의존했던 통계들도 보다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어 향후 정책 설계의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부적인 불합리함을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단 코드가 세분화 되었다고 해서 치료 접근성도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가발과 같은 보조 기구에 대한 지원, 원형탈모 치료제의 소아·청소년 연령대로의 급여 확대, 산정특례 적용, 제도 설계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아원형탈모는 결코 '생명에 지장 없는 미용 질환'이 아니다. 성장기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 온 가족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아정체성이 한창 형성되는 시기에 병으로 인해 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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