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동결…매파 목소리 커지며 9월 주목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다만 이번에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3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0.25%p 올려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통화정책 결정에서 같은 방향의 소수의견이 3명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아노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FOMC는 매파적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성명에서는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와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제시했다.
연준은 "중동 분쟁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고용 증가세가 이를 따라가고 있으며 실업률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물가 전망에 대한 새로운 표현은 추가하지 않은 채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한 인사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다. 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는 이들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방안을 선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5년 넘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케이 헤이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채권·유동성솔루션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이번 금리 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위원이 3명이나 나온 것은 연준 내부의 매파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FOMC 회의를 "좋은 가족 간의 토론(good family figh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리 결정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에는 위원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회의를 통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신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방향을 둘러싼 엇갈린 시각이 드러났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리 로건 총재는 "완만한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베스 해맥 총재도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최우선 과제로 2% 물가 목표 달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연준에는 느슨한 물가 목표는 없으며 목표는 오직 연간 2% 물가상승률뿐"이라며 "5년 넘게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연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신뢰는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또 지난 회의 이후 시장금리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모두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더라도 금융여건은 이미 긴축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연준에 일정 부분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오는 9월 15~16일 FOMC로 향하고 있다. 회의 전까지 발표될 두 차례 소비자물가 지표가 금리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파이퍼샌들러의 커트 루이스 전 연준 선임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올해 안에 추가 조치에 나설 기준은 그리 높지 않다"며 "향후 두 달간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