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하자 또 전국 돌았다...아이폰 바꿔치기·달러까지 노린 상습범 [사건실화]
직원 감시 소홀한 틈 노려 휴대전화·의류 등 반복 절도
누범기간에도 범행 계속...재판 중에도 절도 이어가
[파이낸셜뉴스] "재고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직원이 창고로 향하자 남성은 진열대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뒤 돌아온 직원은 아이폰이 사라진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이 남성은 또 다른 매장에서도 중고 아이폰을 건네받아 살펴보는 척하다가 미리 챙긴 모형 제품을 내려놓고 진짜 아이폰을 든 채 유유히 빠져나왔다.
사무실 서랍에 보관된 달러와 에어팟, 의류 매장의 운동화와 패딩도 그의 표적이 됐다. 과거 여러 차례 절도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김모씨(38)는 누범기간에도 전국을 오가며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에도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서범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해자 3명에게는 각각 128만7000원, 115만5000원, 268만8400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은 지난달 16일 내려졌다.
2023년 3월 대전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김씨는 같은 해 10월 또다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가 원주교도소에서 마지막 형기를 마치고 나온 날은 2024년 11월 4일이었다.
출소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씨는 다시 범행에 나섰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2월 8일 오전 8시58분께 대전 서구의 한 건물 12층까지 올라갔다. 물건을 훔칠 목적이었다.
김씨는 건물 소장이자 관리자인 황모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렸다. 사무실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김씨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책상 서랍에는 피해자 김모씨(45)가 보관하던 약 900달러가 들어 있었다. 당시 환율로 약 130만2480원 상당이었다. 유모씨(45) 소유의 시가 30만원 상당 에어팟도 함께 놓여 있었다.
김씨는 달러와 에어팟을 가지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김씨는 이 무렵부터 지난 3월 20일까지 모두 18차례에 걸쳐 1516만3380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이후 그는 13분 뒤 인근에 있는 최모씨 운영의 중고 휴대전화 매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종업원에게 시가 약 110만원 상당의 아이폰15 프로맥스 256기가 중고 제품을 건네받았다. 겉으로는 휴대전화를 구경하는 손님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종업원의 감시가 느슨해지자 앞선 매장에서 훔친 아이폰 모형을 돌려주고, 진짜 중고 아이폰은 몰래 챙겨 나왔다. 모형 휴대전화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진품과 바꿔치기한 셈이다.
다른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직원이 자리를 비우게 만드는 수법도 사용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31일 오후 12시 20분께 대전 유성구에서 현모씨가 운영하는 휴대전화 매장을 찾았다. 그는 물품을 살 것처럼 행세하며 휴대전화 재고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씨가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김씨는 매장에 진열된 시가 50만원 상당의 아이폰13 한 대를 가지고 달아났다.
같은 해 7월 18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양모씨 운영 매장에서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창고까지 들어갔다. 김씨는 창고에 보관돼 있던 시가 99만원 상당의 아이폰16E 한 대와 17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한 대를 훔쳤다. 한 차례 범행으로 가져간 휴대전화 가액만 269만원이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8월 18일에는 대전 동구에서 최모씨가 운영하는 매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중고 휴대전화를 매장에 팔 것처럼 행동했다. 최씨의 관리가 소홀해진 순간 김씨는 시가 50만원 상당의 갤럭시 S22 울트라 한 대를 들고 나갔다.
인천 연수구의 의류 매장들도 김씨의 표적이 됐다. 김씨는 2024년 12월 초순께 함모씨가 관리하는 매장에서 시가 49만9000원 상당의 마운틴 다운재킷 한 벌을 훔쳤다. 이후 같은 달 29일까지 출입이 자유로운 매장을 돌며 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에 모두 6차례에 걸쳐 162만7900원 상당의 물품을 가져갔다.
김씨가 유죄를 선고받은 절도는 총 31차례에 이른다. 범행 지역도 서울과 대전, 인천, 수원 등 전국에 걸쳐 있었다. 판결문에 가격이 적힌 피해품만 합쳐도 2188만9280원 상당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법원은 거듭된 처벌에도 김씨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수차례 절도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누범기간 중 이 사건 각 절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전국에서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의 수와 피해액도 적지 않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재범 위험성 또한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이번 사건 가운데 일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기간에도 동종 범행을 계속했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과 일부 피해품이 회수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