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경찰, 왕관의 무게 깨닫고 있나
최근 수십년을 통틀어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게 됐다.
이번 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게 됐고, 2022년에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했다. 이로써 1948년 검찰청법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78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수사권은 사라지고 검찰청 대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한다. 수사는 오롯이 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논란들 중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아마도 가뜩이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라는 집단에 이렇게까지 막대한 권한을 추가로 부여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특히나 경찰이 수사 전권을 쥐게 되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런데 사실 경찰의 권한이 이렇게까지 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100여년 전 상하이 임시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말이다. 1919년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그해 정부 조직이 구성되면서 현재의 경찰에 해당하는 경무국이 설립됐다. 그리고 당시 내무부 총장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은 현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초대 경무국장으로 백범 김구 선생을 임명했다.
임시정부 경찰은 요인경호와 청사 방호 및 치안과 함께 일제의 밀정과 변절자를 색출하고 처단하는 등 항일투쟁도 맡았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정식 재판 절차 없이 처단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물론 삼권분립도, 국회도, 사법부도 없는 100년 전 임시정부의 조직과 지금의 정부 조직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의 경찰에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 적이 있었다고 해도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견제와 보완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사실 현재의 체계에서도 어느 한 정부 조직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24년 비상계엄 당시에도 경험했듯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미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견제와 자정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13만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미리 막아야 한다.
방법은 어쩌면 쉬울 수 있다. 우선은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도 제고가 급선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경찰이 얼마나 맡은 일을 제대로 하는지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안착과 직결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의 집중으로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이어져야 한다.
흔히 경찰을 '제복입은 시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력기관이면서도 그 본질은 국민의 하나일 뿐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커진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국민이라는 의미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경찰 조직은 원하든 원치 않든 더 무거운 왕관을 쓰게 됐다. 신속한 수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는지도 앞으로 반드시 해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길을 걸어가면서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왕관의 무게를 느끼고 버텨야 하는 건 경찰이라는 조직이 이뤄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이 경무국장을 맡게 되면서 안창호 선생에게 한 "정부가 생기면 정부의 뜰을 쓸고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