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다들 30억짜리 집 전세 살아?" 집주인 들어와살까, 전국민이 걱정 왜 [세금전쟁③]

김희선 기자,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③ 비거주 1주택 세 부담 강화…'임대료 전가' 우려 허와실 공시가 10%p 오르면 전세 1.3%↑…"조세 전가의 종착지는 결국 세입자" 계약갱신권 있어도 '실거주 선언' 앞엔 속수무책…전세 매물 실종 우려 전문가 "고가주택 대상...사실상 임대시장 영향 작은데, 국민 심리적 위축"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전월세 대란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전월세 대란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8·3 세제개편안은 [부동산발 세금전쟁]으로 번졌습니다. '오래 살다보니 어쩌다 고가주택자'가 돼버린 고령층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역대급 조세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6회에 걸쳐 세제개편안의 문제점을 긴급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전세로 살아야 하나, 아예 사버려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8·3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부동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지금 살고 있는 전세가 올해 만기인데, 며칠 전 정책 발표 이후 지방 살던 집주인이 갑자기 들어온다고 한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사 갈만한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작성자는 "전세가 오른 건 둘째 치고 매물 자체가 진짜 없다"며 "매매 생각도 있어 살펴보고 있었는데, 괜찮은 매물 있으면 사려고 하긴 했지만 갑자기 3개월 내에 결정해야 한다니 미치겠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댓글에는 "보유세 때문에 10년은 매물이 줄 것", "전세는 답이 아니다, 사라"는 조언이 줄줄이 달렸다. "집주인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해보라"는 댓글에 작성자는 "집주인도 전세 살다 들어오는 거라 조율이 안 된다더라"고 덧붙였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세 관련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또 다른 글쓴이는 "10월이 전세 갱신인데 집주인이 세법이 바뀌었다며 집을 판다고 한다"며 2년 더 살고 집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헝클어졌다고 한탄했다.

집주인의 두 갈래 길…실입주 아니면 임대료

이들의 사연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장에 던진 가장 직접적인 파장을 보여준다. 비거주 1주택자를 단속하기 위한 설계가 세입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전가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27년 1월 납세의무 성립분부터 적용되는 개편안의 골격은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여부로 가르는 데 있다. 단독명의 기본공제는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실제 거주하면 14억원으로 늘고, 비거주일 경우 9억원으로 줄어든다. 과세표준 또한 6억~12억원 구간 세율이 1%에서 1.3%로 오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70%로 높아진다.

세 부담의 격차는 가파르다. 60세 이상·10년 보유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가 개편 전보다 약 4배로 뛸 것으로 추산된다.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실거주 공제를 받거나, 계속 세를 놓되 늘어난 보유세를 전·월세에 얹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경욱 세무법인 송우 대표세무사는 "조세에 대한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세금을 많이 내게 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조세 전가의 최종은 세입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개인 입장에서는 거주 요건을 채우는 방향으로 절세 전략을 짤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세입자가 밀려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1주택자는 아무리 압박해도 다른 곳에서 다시 거주하는 1주택자가 될 뿐이어서 수요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고, 길을 잃는 건 무주택 전월세 세입자"라고 덧붙였다.

늘어난 세 부담이 전월세는 물론 신규 매수자에게까지 전가되면 결국 가격은 다시 오른다는 뜻이다.

공시가 10%p에 전세 1.3% 오른다는데…갱신권도 못 막는 '실거주 선언'

실제로 보유세 부담이 일정 부분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이 올해 3월 학술지 '한국경제의 분석'에 실은 논문 '보유세 부담의 전가: 서울지역 전세가격을 중심으로'에서 개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포인트(p) 오르면 전세가격은 약 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도 종부세는 임차인 전가가 가능해 세제 강화 효과가 반감되고, 양도소득세 인상은 매물을 묶는 '동결효과'로 전세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개편안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거주 중심으로 손본 만큼, 매물 잠김이 전세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입자를 더 불안하게 하는 건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한 차례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지만,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엔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집주인이 "내가 들어와 살겠다"고 선언하면 세입자로선 버틸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위)와 수급동향지수(아래) 추이. 수급지수는 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집주인 우위), 밑돌면 공급 과잉(세입자 우위)을 뜻한다. 보유세 전가의 크기가 시장 수급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자료='보유세 부담의 전가: 서울지역 전세가격을 중심으로' 송경호(2026), 그래픽=한국경제의 분석(2026년)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위)와 수급동향지수(아래) 추이. 수급지수는 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집주인 우위), 밑돌면 공급 과잉(세입자 우위)을 뜻한다. 보유세 전가의 크기가 시장 수급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자료='보유세 부담의 전가: 서울지역 전세가격을 중심으로' 송경호(2026), 그래픽=한국경제의 분석(2026년)

"전가는 시장 조건부"…섣부른 단정은 경계

다만 보유세 인상이 곧바로 임대료 상승을 불러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시기별 수급과 수요·공급의 탄력성에 따라 전가 효과는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논문 역시 "분석 시점이 임차인 우위의 전세 시장이어서 전가 정도가 제한적으로 관측됐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법·공무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 대상이 고가 주택이어서 실제 대부분의 임대 시장에는 직접적 영향이 크지 않지만, 국민들은 파급 효과가 전체로 번질 것이라 느낀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심리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체감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양 교수는 "집주인이 한 채를 회수해도, 우리나라는 매물을 여러 중개업소에 동시에 내놓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매물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며 "실제 공급 감소는 미미해도 현장의 체감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개편이 겨냥한 종부세 대상, 특히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일수록 집주인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시장이라는 데 있다. 전가가 쉬운 환경에 세 부담이 집중되는 셈이다.

윤 랩장은 "핵심지 쪽으로 실거주 수요가 집중되면서 선호 지역에선 전월세 세입자가 설 자리가 없고, 비선호 지역에서는 물건은 있으나 수요자가 없는 미스매칭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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