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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개 지표 촘촘한데 '과정'은 2.5%… 제주 지속가능발전 평가 손질 제안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174개 사업·325개 지표 전수진단
산출·결과 지표 84.6%에 집중
협업·참여·환류 등 정성평가 보완
2027년 단계 도입·핵심사업 정밀평가

제주연구원 전경. 제주연구원은 제주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17개 목표와 174개 사업, 325개 정량지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산출·결과 지표가 84.6%에 달한 반면 정책의 투입과 추진 과정을 살피는 지표는 2.5%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제주연구원 전경. 제주연구원은 제주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17개 목표와 174개 사업, 325개 정량지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산출·결과 지표가 84.6%에 달한 반면 정책의 투입과 추진 과정을 살피는 지표는 2.5%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평가하는 325개 지표 가운데 정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를 살피는 투입·과정 지표는 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결과를 숫자로 확인하는 데는 촘촘하지만 부서 간 협업이나 도민 참여, 추진 노력, 외부 여건까지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20일 제주연구원이 내놓은 '제주 지속가능발전 평가체계 개선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제주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및 2025~2030 추진계획'에 포함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74개 사업, 325개 정량지표 전체를 분석했다. 연구책임은 조남운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동연구는 신우석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연구진은 325개 지표를 정책에 들어간 자원을 보는 투입(Input),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는 과정(Process), 직접적인 사업 결과물을 보는 산출(Output), 정책 시행 뒤 나타난 변화를 보는 결과(Outcome)로 나눠 분석했다.

진단 결과 산출지표는 173개로 전체의 53.2%, 결과지표는 102개로 31.4%를 차지했다. 두 유형을 합하면 84.6%다. 반면 과정지표는 7개로 2.2%, 투입지표는 1개로 0.3%에 불과했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의 노력과 자원을 투입했는지, 관계기관과 제대로 협업했는지, 주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현재 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업별 평가 폭도 좁았다. 174개 사업 가운데 지표가 1개인 사업이 53개, 2개인 사업이 94개로 전체의 약 85%가 1~2개 지표에 의존했다. 사업당 평균 지표 수도 1.87개였다.

지표가 많다고 평가체계가 반드시 정교한 것도 아니었다. 325개 지표에서 사용하는 단위만 63종에 달했다. 특정 연도의 상태를 측정하는 방식과 여러 해의 실적을 합산하는 누적 방식도 섞여 있었다.

만족도·인식도·역량과 관련된 25개 지표는 조사 대상이나 표본, 측정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표의 개수뿐 아니라 정의와 측정방식까지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량 달성률만으로 사업을 평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불공정 문제도 지적했다. 국비 확보가 늦어지거나 법·제도 정비와 인허가가 지연되는 경우, 주민 수용성 문제나 경기·금리·원자재 가격, 기후재난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담당 부서의 노력과 관계없이 목표 달성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제주시 도심 전경. 제주연구원이 제안한 '제주형 지속가능발전 통합 평가체계'는 기존 325개 정량지표를 유지하면서 추진충실성·협업성·참여성·환류성·자료신뢰성·지속가능성 기여도 등 6개 정성평가 영역을 보완하고 변화 추세를 함께 보여주는 '2+1축' 평가방식이 제시됐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제주시 도심 전경. 제주연구원이 제안한 '제주형 지속가능발전 통합 평가체계'는 기존 325개 정량지표를 유지하면서 추진충실성·협업성·참여성·환류성·자료신뢰성·지속가능성 기여도 등 6개 정성평가 영역을 보완하고 변화 추세를 함께 보여주는 '2+1축' 평가방식이 제시됐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처럼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물류와 접근성에서 추가 비용이나 시간이 필요한 사업도 같은 기준으로만 비교하면 불리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목표 달성 숫자와 함께 '얼마나 어려운 목표였는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충실하게 추진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사업 간 여건 차이를 보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기존 325개 정량지표를 폐기하지 않고 정성평가를 더하는 방식이다. 공통 정성평가 영역은 추진충실성·협업성·참여성·환류성·자료신뢰성·지속가능성 기여도 등 6개다.

추진충실성에서는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는지뿐 아니라 목표의 도전 수준과 실행 노력을 살핀다. 협업성은 부서와 민간의 협력 정도, 참여성은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의견 반영 수준을 평가한다.

환류성은 전년도 평가 결과가 다음 사업에 실제 반영됐는지를 보고, 자료신뢰성은 지표 정의와 자료 출처·산식 등이 명확한지를 살핀다. 지속가능성 기여도에서는 해당 사업이 SDG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와 다른 지속가능발전 목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지도 검토한다.

연구진은 이를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두 개의 주축으로 삼고 변화 추세를 보완적으로 보여주는 '2+1축 통합 평가체계'로 설계했다.

평가결과도 기존 달성·미달성 중심에서 개선·정체·악화 추세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민에게 공개할 때는 녹색·노랑·빨강 등 신호등 방식으로 표현해 정책의 진행상황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다만 174개 사업 모두에 복잡한 정성평가를 한꺼번에 적용하면 행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연구진은 시행 초기에는 행정시스템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정량자료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간소한 방식을 우선 도입하고, 제도가 안정되는 2~3년차부터 전문가 평가 등을 포함한 정성평가를 확대하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연구원이 제시한 2027년 지속가능발전 평가 시행 로드맵. 올해 하반기 174개 사업과 SDG 목표의 연계와 지표 정비를 시작해 2027년 평가 준비와 본격 시행, 결과 공개와 미달성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도입 방안을 담았다. /사진=제주연구원 제공
제주연구원이 제시한 2027년 지속가능발전 평가 시행 로드맵. 올해 하반기 174개 사업과 SDG 목표의 연계와 지표 정비를 시작해 2027년 평가 준비와 본격 시행, 결과 공개와 미달성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도입 방안을 담았다. /사진=제주연구원 제공

전체 사업에는 간소한 평가를 적용하되 예산 규모가 크거나 정책적 중요도가 높은 핵심사업만 따로 골라 정밀평가하는 혼합 방식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174개 전체 사업에는 기본 평가를 적용하고 핵심사업 20~30개에는 정성평가를 추가하며, 도정 최우선 사업 5~10개에는 시민체감도와 SDG 종합평가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2027년 평가 시행을 염두에 둔 준비 일정도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174개 사업과 SDG 목표를 연결하고 지표 정의를 정비한 뒤, 2027년 상반기 평가체계를 준비하고 하반기부터 채택한 방식에 따라 정성평가와 결과 공개, 미달성 지표 개선 절차를 진행하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을 얼마나 잘 수행했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사업으로 도민 삶과 제주사회가 실제 얼마나 달라졌느냐'를 살피는 임팩트 평가도 제안했다.

다만 기후변화나 삶의 질 같은 장기 변화는 여러 정책과 외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인 만큼 특정 사업 하나의 성과로 계산하지 않고 제주 전체 SDG 정책이 어떤 변화에 기여했는지를 별도 층위에서 평가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국가와 서울·부산·대전·충남·경기의 지속가능발전 평가체계도 비교했다. 서울의 시민참여와 정보공개, 부산의 장기지표·사업성과 병행 평가, 대전의 정량화·예측, 충남의 사업 재구조화와 환류, 경기의 추세표기 방식 등을 제주 여건에 맞게 조합했다.

조남운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평가 방법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른 지역에서 검증된 장점을 제주 행정환경에 맞게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의 중심을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추진했고, 누구와 함께했으며, 다음 정책에 어떻게 반영했는가'까지 넓히자는 제안이다.

특히 평가 결과가 보고서 작성으로 끝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악화된 사업을 다시 설계하는 정책학습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실적과 함께 도민 삶과 환경의 실질적 변화까지 살펴야 제주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성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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