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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명 대피' 청주 산부인과 화재… 대법 "시공자·병원 모두 책임"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충북 청주 산부인과 화재 사건에서 발화 원인이 직접 증거로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무자격 시공업자와 이를 맡긴 병원 관리자 모두에게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9일 업무상 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A씨(37)와 C병원 시설과장 B씨(59)에 대한 상고심에서 업무상 실화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전기공사업 등록과 자격이 없는 상태로 2022년 3월 C병원 주차장에서 수도배관 열선 설치 공사를 맡았다. 안전확인 표시 제품 대신 직접 자재를 사들여 만든 열선을 쓰고, 말단부 마감에는 화재 위험이 큰 비닐 절연테이프를 사용했다. 공사 중 전기 차단기가 여러 차례 작동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지만 B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무자격자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시공을 맡겼고,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선을 콘센트에 연결했다가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로 병원에 있던 신생아와 산모, 직원 등 120여명이 대피했고, 신생아·산모 45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놀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와 중상자는 없었다. 건물 3채가 타 20억28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1심은 두 사람의 업무상 실화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B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비닐 절연테이프 마감 부위 합선으로 불이 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감식에서 합선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미확인 단락'으로 추정한 점 등을 들어 업무상 실화를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A씨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B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 사이에 형사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화재는 B씨의 관리 범위 내에서 그의 지시에 따라 A씨가 설치한,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전기장치에서 발생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발화 원인이나 구체적 과정을 단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두 사람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발화 메커니즘이 직접 증거로 규명되지 않아도 정황·간접사실을 종합해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사건"이라며 "무등록 시공업자에게 공사를 맡긴 관리자 측 과실도 함께 인정해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에게만 적용된 전기공사업법 위반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는 1·2심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됐고, A씨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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