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전 예비검속의 비극… 제주 섯알오름서 희생자 넋 기렸다
대정읍 백조일손묘역 합동위령제
유족·관계자 100여명 추모 발길
4·3 희생자·유족 추가신고 재개
백조일손 역사관 올해 증축 추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1950년 여름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제주에서 봉행됐다. 76년이 흘렀지만 국가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상처와 희생자 명예회복이라는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76주기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지난 19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백조일손묘역에서 열렸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주최하고 백조일손유족회와 섯알오름사건 행불유족회가 주관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김성범 국회의원,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고영우 백조일손유족회장,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유족과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위령제는 섯알오름 제례를 시작으로 국민의례와 헌화·분향, 경과보고, 주제사와 추도사, 시낭송,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여름 제주에서 예비검속된 주민들이 희생된 국가폭력의 역사다. 이번 위령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유족들이 오랜 시간 이어온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위성곤 지사는 희생자 영령과 유족들에게 애도를 전하면서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절차를 강조했다. 위 지사는 "예비검속이라는 국가폭력의 상처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유가족의 삶에 짙은 그늘로 남아 있다"며 "유가족들이 서로를 보듬는 연대와 상생의 힘으로 침묵 속에 묻힐 뻔한 역사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추가신고도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지난 18일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4년 만에 제9차 추가신고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 지사는 "단 한 분의 희생자도 역사에서 누락되지 않고, 유족 누구도 명예회복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신고 접수부터 심사까지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기억과 명예회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고영우 백조일손유족회장은 "우리가 기억하고 후손에게 올바르게 전하는 한 백조일손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선조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평화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남아 있는 4·3 과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고 섯알오름 희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온전히 이행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추모에 머물지 않고 섯알오름 예비검속의 역사를 교육과 기억의 공간으로 이어가는 사업도 추진한다. '제주 예비검속 백조일손 역사관'을 올해 증축해 인권·평화교육 거점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76년 전 벌어진 국가폭력을 기억하는 작업은 희생자의 이름과 명예를 되찾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추가신고와 역사관 확충이 이어지는 만큼 희생자와 유족을 빠짐없이 확인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를 어떻게 전할지가 후속 과제로 남는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