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비핵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핵 군축' 협상 나서나
[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57개 핵무기 보유를 처음 언급하며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 미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 협상으로 선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는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57개나 가지고 있다"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포기하고, 북한의 핵 동결과 탄두 수 제한을 조건으로 제재를 완화해 주는 '현실적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던졌지만, 북한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연습(UFS) 조기 종료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여부에 대해서도 "내가 알지 못하는 유일한 사안"이라며 밀당 전략을 구사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훈련 축소' 이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 모두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인정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 대신 매년 10~20기씩 증가중인 북핵 증가세를 중단 시키기 위한 군축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현실과 바람직한 이상은 쉽게 공존하기 어렵고, 그 사이 핵무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과 관련해 "1단계로 핵무기 개발 중단 협상을 하고, 다음 단계로 핵군축 협상, 그리고 길게는 비핵화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 같은 이야기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마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그동안 국내 동맹파와 자주파의 해석은 엇갈려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국회에서 답변한 있다.
반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핵의 가속화를 중단 시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정 장관은 "북핵은 현재진행형이다. 핵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이 북한에서 핵을 포기하겠냐라고 한 말은 (북한의 핵고도화) 이것을 중단 시키는 것이 본지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중인 북핵의 숫자를 두고 한미간의 혼선도 벌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최대 80~120개까지 핵무기를 보유중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57개보다 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혼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핵탄두 개수를 핵무기로 특정한 반면, 안 장관은 향후 핵무기가 될 수 있는 핵물질까지 포함시킨 탓이다.
반면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실제 조립된 핵탄두 수치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의 세계적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최대 90기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핵분열성 물질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조립된 핵탄두 수는 약 60기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핵탄두 숫자만 보면 60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57개 숫자와 유사하다. 반면 핵물질까지 포함하면 150개로 안 장관이 밝힌 최대 120개에 근접한다.
또한 핵무기 1기를 만드는 고농축 우라늄이 15~20kg 필요하다고 가정하느냐, 혹은 기술 발전으로 10~12kg 소량만으로도 제조가 가능하다고 보느냐에 따라 핵무기 개수가 1.5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전술핵 탄두('화산-31' 등)의 소형화 수준을 높게 평가할수록 추정 핵무기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email protected] 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