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주가 공식' 깨진다…자산·수익가치까지 반영
'주가 누르기' 막는다…대기업 합병 셈법 바뀐다
[파이낸셜뉴스] 상장기업의 합병가액 산정 공식이 크게 바뀐다. 앞으로 주가만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하는 대신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공정가액'이 적용된다. 특히 계열회사 간 합병에도 공정가액 원칙이 확대되면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상장법인의 합병 등 거래에 공정가액 산정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합병·분할·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가액을 정할 때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간 상장사의 합병가액이 시장가격에 크게 의존하면서 지배주주 등이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를 골라 합병을 추진하거나 이른바 '주가 누르기'에 나설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기업의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합병가액에 반영하려는 취지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계열회사 간 합병까지 공정가액 원칙이 확대된다. 지난 2024년 11월 시행령 개정으로 비계열회사 간 합병은 시장가격 대신 자율적으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 있게 됐지만 계열회사 간 합병에는 기존 시장가격 산식이 유지돼 왔다.
외부 검증과 공시 장치도 강화된다. 합병가액 산정에 외부 전문평가기관을 참여시키고 평가 결과와 이에 대한 이사회 의견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도록 했다.
특히 계열회사 간 합병 등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사이의 채무보증이나 담보제공, 임원 겸직 등 구체적인 이해관계도 추가로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을 주주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 방식도 바뀐다. 기존 시장가격 중심에서 벗어나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가격을 주주에게 제시하도록 했다.
과거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거졌던 '저가 합병'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2024년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합병비율과 일반주주 보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합병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리포트에서 "시행일까지 유예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합병 등 조직재편을 검토하는 기업은 합병가액 산정뿐 아니라 이사회 운영 전반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합병의 초점이 '어느 시점의 주가를 적용하느냐'에서 '기업의 적정가치를 어떻게 산정하고 입증하느냐'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에는 가치평가와 공시 부담이 커지는 반면 일반주주 보호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