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디스크 수술→11년 무명" 최찬, 다리 풀리는 30홀 강행군 뚫고 기적의 2승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허리 디스크 시술과 11년의 긴 무명… 32홀 강행군 딛고 이뤄낸 '인간 승리'
'72홀 단 1보기' 무결점 아이언 샷의 비결은 철저한 계산
18번 홀 팬들 위한 낭만적인 투온 승부수
PGA 갈망하는 최찬, 제네시스 대상 향해 당찬 출사표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충남(태안) = 전상일 기자】 승부의 세계는 때론 잔인하리만치 냉정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자에게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순간을 허락한다. 19살 꿈 많던 소년의 허리를 무너뜨렸던 디스크 파열, 그리고 이름 없는 2부 투어 선수로 버텨야 했던 11년의 긴 세월. 서른을 목전에 둔 최찬(29·대원플러스그룹)이 마침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최찬은 23일 충남 태안군 솔라고 컨트리클럽 솔 코스(파72)에서 끝난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시즌 2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 4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11년 만의 감격적인 생애 첫 승을 일궈낸 지 4개월 만에 쏘아 올린, 기적 같은 2승 축포였다.

그의 우승이 유독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트로피 이면에 숨겨진 눈물겨운 서사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5년 프로에 입문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그해 겨울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리 디스크 파열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2~3년간은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다"는 그의 고백처럼, 골프채를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과 2부 투어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그는 묵묵히 칼을 갈았다.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이번 대회는 악천후로 인해 하루에 무려 30홀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지옥의 강행군이었다.

허리 부상 전력이 있는 최찬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었다. 최찬은 "3라운드 잔여 경기를 마치고 4라운드 전반 9개 홀을 넘어서자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지며 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캐디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나만 믿고 버티자." 그 한마디에 최찬은 다시금 이를 악물었고, 끝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켜냈다.

대회 내내 최찬이 보여준 경기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94.58야드(56위)로 장타자는 아니지만, 그의 무기는 '정교함'과 '지능적인 코스 매니지먼트'였다. 72홀 동안 그가 기록한 보기는 단 1개. 36년 만의 '노보기 우승' 대기록을 앗아간 13번 홀의 1보기가 옥에 티였을 만큼 완벽했다.

최찬은 "타이밍과 공의 위치를 가장 신경 쓴다. 세컨드 샷을 할 때는 핀 위치를 보고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철저히 피해 오르막 퍼트를 남기려고 노력한다"며 컴퓨터 같은 아이언 샷의 비결을 밝혔다. 13번 홀의 보기에 대해서도 "105m 거리 러프에서 56도 웨지로 풀스윙을 했는데, 플라이어가 나면서 유일하게 피해야 할 곳으로 공이 가버렸다"며 자책했다.

최찬의 아이언샷.KPGA 제공
최찬의 아이언샷.KPGA 제공

압권은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은 마지막 18번 홀(파4)이었다. 2타 차 여유가 있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티샷을 256m 보낸 뒤 주저 없이 우드를 빼 들고 238m 거리에서 투온을 노렸다. 안전하게 끊어가는 대신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이유에 대해 그는 "현장을 찾아주신 팬분들이 많았다. 공격적인 플레이로 팬들에게 멋있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씩 웃었다. 계산된 정교함 속에 숨겨진 골퍼로서의 뜨거운 낭만이었다.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23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펼쳐진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최찬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PGA 제공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2위, 상금 순위 3위로 껑충 뛰어오른 최찬의 시선은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있다. 당초 그의 하반기 목표는 제네시스 포인트 톱5에 들어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Q스쿨 1차 면제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 2승 달성과 함께 그의 꿈은 더 커졌다.

최찬은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가 PGA 투어"라며 "이제 목표가 상향됐다. 제네시스 대상을 차지해 곧바로 Q스쿨 파이널 무대로 직행하고 싶다. 일본 Q스쿨도 함께 병행하며 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19살 소년의 아픔은 11년의 세월을 거쳐 가장 단단한 무기가 되었다. 솔라고의 짙은 녹음 위에서 피어난 최찬의 '위대한 2승'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자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 승리였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최찬 #디스크 수술 #프로골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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