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세금, 안 팔아도 세금"…'얼마'에서 '어떻게'로 넘어간 부동산 세금 딜레마
공시가격 급등에 송파 재산세 23.73%↑…송파구, 공시가 산정 개선 요청
현금 없는 초고가 주택 소유 고령층…전문가 "종부세 과세이연 방법" 제안
국힘 박수민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 '다운사이징'…양도세도 과세이연"
[파이낸셜뉴스] #. 80대 A씨에게는 서울의 시가 5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이다. 30여년 전 1억원 안팎에 구입해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집값은 수십배 뛰었지만, 은퇴한 지 오래돼 매달 들어오는 근로소득은 없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으로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A씨의 고민도 깊어졌다. 집값만 보면 수십억원대 자산가인데도 사실상 세금을 낼 현금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을 계기로 부동산 세금 논쟁은 이제 어떻게 세금을 내야 하는지의 고민으로 확산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이연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양도세에도 과세이연을 부여하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이미 현행 세법에는 A씨와 같은 고령 1주택자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종부세 '과세이연'이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소득이 충분해 비싼 주택에 따른 세금을 부담할 수 있지만, 은퇴 이후에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주택을 처분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바로 과세이연"이라고 설명했다.
남 소장이 말한 과세이연의 정확한 명칭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부유예 제도(종합부동산세법 제20조의2)'다.
종부세법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가 만 60세 이상이거나 해당 주택을 5년 이상 보유하고,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등의 소득요건을 충족하면서 해당 연도 주택분 종부세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담보를 제공하고 종부세 납부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건 세금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집을 양도·증여하는 등 납부유예 종료 사유가 발생하면 미뤘던 종부세와 이자상당액을 정산해야 한다.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사망하면 상속 단계에서 정산이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이 제도를 좀 더 확대하기로 했다. 집값과 실제 세금 납부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인정하고 납부시점을 조정하는 쪽으로 제도를 넓힌 셈이다.
현행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소득요건을 8000만원 이하로, 종합소득금액은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로 완화한다. 특히 만 65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직전 연도 소득 대비 해당 연도 보유세 부담이 10% 이상인 고령·장기거주자에게도 납부유예를 허용하는 방안을 새로 내놨다.
보증보험증권을 이용해 납부를 유예할 경우 보험료를 한도로 이자상당가산액을 감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회에선 또다른 형태의 과세이연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양도세에도 과세이연을 적용하자는 방안이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3년 이상 보유하고 3년 이상 거주한 1세대 1주택자가 기존 집을 팔고 이보다 작고 저렴한 주택으로 옮기면 기존 주택 양도차익 일부에 대한 세금 납부를 새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미뤄주는 내용을 담았다.
과세이연 대상은 기존 주택 양도차익에 새 주택 가격이 기존 주택 양도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곱해 결정하도록 했다.
예컨대 20억원에 집을 팔아 10억원짜리 집으로 옮긴다면 기존 주택 양도차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의 과세를 새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미루는 방식이다.
여기서도 보유세 과세이연처럼 세금을 감면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주거 이동에 투입된 자금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의 세금 납부시점을 다음으로 넘기는 구조다.
다운사이징 과세이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령층의 주택 이동을 막는 '잠김 효과(lock-in effect)' 때문이다.
A씨의 경우처럼 30여년 전 1억원에 산 집을 50억원에 처분한다면 막대한 양도차익이 실현된다.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더라도 고가주택의 12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계속 살면 보유세,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면 양도세라는 선택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오른 지역에선 재산세에 대한 재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산한 게 보유세다.
서울 송파구는 24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주민들의 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국토교통부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체계 개선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송파구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5.49%로 서울 평균 18.67%를 웃돌았다. 그러면서 주택분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23.73% 증가했다.
송파구는 단기 급등 거래지역의 이상거래 반영 최소화와 중위가격 적용, 시세반영률 탄력 적용, 과도한 상승분의 단계적 분산 반영, 조세 영향 분석 및 납세자 부담 평가 법제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