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받는다는데 왜 떨어져"…희비 갈린 삼전닉스 주주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46)는 지난주 오랜만에 증권사 앱을 열어 자신의 주식 계좌를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을 발표하는 걸 보며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지 않은 장세에 흥미를 잃고 묻어뒀던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호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주주환원 발표 이후 반등했고, A씨는 일부를 차액실현했다.
이어 21일에는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씨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 거래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감을 갖고 맞이한 24일, A씨는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한국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존 최대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의 5배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정규 분기배당 2조4500억원과 추가 현금배당 27조5500억원 등 약 30조원을 올 3분기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10월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나머지 60조~80조원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체 재원은 공개됐지만,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발표 당일 정규장에서 3.87% 올랐던 삼성전자가 장 마감 후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간외에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이유다. 24일 정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8.70% 하락한 25만7000원에 마감했고, 25일 역시 같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주주환원은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 그 구조가 달랐다. SK하이닉스는 발표 즉시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는 보통주 2407만주를 40조43억원 규모로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장내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매입 개시일인 지난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를 매입하고 있는데, 이는 일평균 거래량의 12~15%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남은 주주의 지분 가치가 높아진다. SK하이닉스가 매수 주체로서 시장에서 매물을 소화하자, 주가 하방에 대한 지지력이 형성되면서 유통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 기대감을 더해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환원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20일 주가는 12.73% 급등하면서 강한 매수세를 나타냈고, 25일도 167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대비 약한 주주환원 강도, 재료 소멸에 따른 셀온 등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기적인 관점에서 이익 성장이 만들어내는 현금 흐름을 주주가치로 전환시키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점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다퉈 주주환원을 발표하고도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에서 유독 논쟁이 불거진 데는 단순히 금액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임직원 보상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함께 의결했다. 이는 주주환원 재원과 별도지만 주식 수가 늘어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 산정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발생하는 누적 FCF의 50%를,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3년간 누적 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해외 반도체 경쟁사인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이 초과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것과 비교해 '절반의 환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FCF와 초과현금(excess cash) 개념을 혼동한 데서 나온 오해라고 주장했다. FCF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사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취득 등 설비투자(캐펙스·CAPEX)를 차감해 산출하며, 초과현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 중 투자, 영업, 재무 안정 등에 필요한 갖가지 금액(필요현금)을 제하고 남는 잉여 현금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번 주주환원에 대한 논평에서 "삼성전자의 FCF 산정 시 '선수금 및 성과급 주식보상 관련 지출액을 차감'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탐대실이다. 과거 노사 대치의 불씨가 되었던 성과급 산정시 EVA 공식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또 이번 발표가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규모와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와 같은 주가 저평가 국면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에, 보통주보다 우선주 중심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주환원 프레임워크를 FCF 기준에서 '목표 자본구조 정책'으로 전환하고, 이사회가 적절한 잉여 현금 수준을 정해 공시를 통해 주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