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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 공백 낳는 지방이전

파이낸셜뉴스
이주미 금융부
이주미 금융부

"솔직히 다른 부처를 보면 업무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 국·과장들은 KTX로 이동하느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사무관들이 세종에 남아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공조가 원활하진 않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를 앞두고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세종,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경우 세종·나주·부산 등이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는 세종행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 정책 및 감독을 지휘하는 부처로서 걱정거리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금융사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세종으로 떠났을 때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세종으로 내려간 정부 부처들만 봐도 금융당국의 세종 이사 이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금융당국의 주요 업무 상대인 국회와 금융사 등이 서울에 있는 한 금융위 직원들은 한 달에 수십번씩 KTX를 타고 서울과 세종을 오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금융사 본점의 92%, 현장검사 대상의 88%, 금융민원의 8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직원들은 검사와 인허가 등을 위해 서울로 '역출장'을 다녀야 한다. 수도권 출장소 운영비와 담당 인력의 출장지 등 막대한 추가 운영비용은 오히려 둘째 문제다.

일주일에 몇번씩 지역을 오가야 하는 불필요한 시간·역량 낭비는 결국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정책 및 감독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은 특성상 증시나 외환시장 마감 이후 저녁이나 새벽, 주말에도 긴급 대응할 일이 생긴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 등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금융사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야 한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지방이전을 단행했을 때의 지역균형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2019년 마무리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153곳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심지어 2023년부터 혁신도시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히 공공기관의 주소를 지방으로 옮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주소만 옮기는 무의미한 지방이전에 집착한다면 균형발전은커녕 금융 안전망 공백이란 치명적인 부작용만 나타날 뿐이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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