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美·加 관세전쟁에 도요타·혼다 90만대 생산망 흔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캐나다산 車·부품에 50% 관세 예고
USMCA 무관세 전제 무너질 위기
덴소·아이신 등 부품업체도 영향
일본차, 북미 생산 재편 가속할 듯

캐나다의 도요타 생산 공장. 출처=연합뉴스
캐나다의 도요타 생산 공장.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자동차로 번지면서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북미 생산망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회사는 캐나다에서 연간 약 90만대를 생산하며 혼다는 현지 생산분의 약 80%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캐나다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50%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무관세를 전제로 구축한 북미 생산·수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SMCA도 관세 못 피해…사업 전제 흔들

26일 일본 언론은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충돌이 도요타·혼다뿐 아니라 덴소와 아이신 등 현지 진출 부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50% 관세가 부과되면 각사의 사업 전제가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관세가 부과되면 영향이 크고 공급망 재검토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2027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대형·소형 트럭, 자동차 부품, 철강의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도 이튿날 미국산 제품 약 700개 품목에 다음달 8일부터 15∼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맞섰다. 대상 수입액은 276억캐나다달러 규모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USMCA가 새 관세를 피할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USMCA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 캐나다산 수입품 대부분에 관세를 면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 22일부터 500여개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50%의 새 관세는 USMCA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된다.

■도요타·혼다 캐나다서 연 90만대 생산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북미 자유무역체제를 전제로 캐나다를 미국 시장의 생산·수출 거점으로 키워왔다.

혼다는 1986년 온타리오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뒤 1998년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현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가솔린 모델 일부와 세단 '시빅' 등을 연간 40만대 생산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약 8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도요타는 1988년 온타리오주에서 생산을 시작해 2008년 같은 주에서 두 번째 공장을 가동했다. 현재 주력 SUV 'RAV4'와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RX' 등을 연간 약 50만대 생산한다. 혼다와 도요타의 캐나다 생산능력을 합하면 연간 약 90만대에 달한다.

캐나다산 자동차에 50% 관세가 부과되면 관세 부담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거나 업체가 자체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판매 가격에 반영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자체 흡수하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캐나다 생산량의 약 80%를 미국으로 보내는 혼다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캐나다를 미국 시장을 위한 수출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며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관세가 대폭 인상되면 사업 운영에도 큰 영향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부품업체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덴소는 온타리오주에서 자동차 공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신은 현지법인을 통해 도어 프레임 등을 만든다. 캐나다산 자동차 부품에 50% 관세가 적용되면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부품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30년 북미 자유무역체제도 시험대

일본 업체들이 캐나다 생산을 확대해 온 배경에는 북미 자유무역체제가 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일본 업체들도 현지 생산능력을 늘렸다. NAFT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USMCA로 대체됐다.

미국이 2025년 자동차 관세를 원칙적으로 25%로 인상한 뒤에도 USMCA에 따라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 등에 맞춰 관세를 낮춰주는 체계는 유지됐다. 요미우리는 "미국과 캐나다의 대립이 깊어질 경우 USMCA의 틀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적용할 50%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25%의 자동차 품목별 관세를 50%로 올리는 것인지, 지난 22일 발동한 50% 관세 대상에 자동차와 부품을 추가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닛케이는 "양국은 여전히 협상을 이어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캐나다 #혼다 #미국 #도요타자동차 #관세전쟁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