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허위종결' 경장, 10월 되면 경찰 '셀프 수사' 우려
검사 직접수사권 폐지...중수청 제주에 없고, 공수처 확대안도 총경까지
[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부모 경장(35)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오는 10월 이후 발생하면 수사 주체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오는 10월 2일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는데 중대범죄수사청은 제주에 청사가 없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경무관 이상만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지는 반면 정작 시민과 맞닿은 일선 수사관에 대한 통제는 비어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구속된 부 경장 사건을 1차적으로 수사하는 곳은 제주경찰청이다. 부 경장이 근무한 제주서부경찰서를 지휘하는 상급 관서로, 같은 조직 소속 수사관이 동료 경찰관의 직무 관련 범죄를 들여다보는 구조다. 구속영장도 제주경찰청이 신청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공무원이 비리 경찰공무원을 처벌하는 구조"라며 "경찰 공무원들은 검사처럼 하나의 독립 기관이 아니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냐는 우려가 기우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구조를 밖에서 견제하는 장치가 검찰이다. 검사가 경찰관의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근거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나목으로,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를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계급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주지검이 이 사건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관여하는 것도 이 조항에 근거한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들여다보는 검찰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견제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조문은 있는데 청사가 없다
지난 7월 31일 국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했다. 시행일이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누는 오는 10월 2일이다. 같은 사건이 두 달 뒤 발생하면 검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찰이 빠진 자리는 중수청이 맡도록 설계됐다. 중수청법 제2조 제2호 가목은 경찰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를 '중대범죄등'에 포함시켜 중수청에 우선 수사권을 부여했다. 조문만 보면 계급과 무관하게 경찰관의 직무 관련 범죄 전반이 대상이 된다.
문제는 배치다.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중수청 직제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6개 지방청 체제로 총정원 2874명 규모다. 제주에는 지방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아 제주 사건은 광주지방중수청이 맡는다.
하지만 오는 10월 2일 이후에도 경찰관 비리를 처음 수사하는 곳은 여전히 경찰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면서 경찰관 자신의 직무 관련 범죄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인지하면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 뒤집으면 중수청이 요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그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공소청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직접 수사에는 나설 수 없다.
결국 자기 조직의 비리를 스스로 통보해야 하고, 그것을 외부로 꺼낼 권한은 바다 건너 광주지방중수청이 쥐는 구조다. 지금은 제주지검이 영장 단계부터 들여다보지만 두 달 뒤에는 그 절차가 통째로 사라진다.
한 검찰 간부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전에는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갖고 경찰서의 유치장과 내사 기록을 불시에 점검하면서 경찰의 사건 암장이나 반인권적 수사를 짚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검사의 수사권 자체가 박탈되는 오는 10월 이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넓히자는 공수처, 특화하자는 법조계
또 다른 수사기관으로 공수처가 있지만 박 경장의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공수처법상 경찰공무원 수사 대상은 경무관 이상이므로 다섯 계급 아래인 경장은 공수처 수사망 밖이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지난주 국회에 수사 대상을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서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넓히는 공수처법 개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형사사법 절차와 관련된 공직자로 좁혀 '수사기관을 수사하는 기관'으로 특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의 본래 역할이 권력 견제라는 점에 주목해 국가의 수사권을 견제하는 기관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공수처의 조직 규모와 달라지는 형사사법체계를 감안하면 수사권 견제 기관으로 자리를 잡을 때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처방은 방향이 반대일 뿐 부 경장에게 이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총경은 일선 경찰서장급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실종 신고 접수와 종결처럼 국민이 직접 접하는 업무는 경장·경사급 수사관이 맡는데, 넓히자는 쪽도 좁히자는 쪽도 계급 상향 조정이나 기관 성격 조정에 머물러 있다"며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개 경찰의 힘을 키우는 만큼, 시민에게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경찰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