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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병역기피자 강제해직은 위헌"… 64년 만에 제동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병역기피자로 지목된 사람을 다니던 직장에서 해직하도록 강제한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에게 병역기피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생계 기반을 끊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1962년 제도가 도입된 지 64년 만이다.

헌재는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가 청구한 병역법 제76조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인 법률의 효력을 즉시 없애지 않고 한시적으로 유지하면서 입법자에게 개정을 촉구하는 결정 형식이다. 2028년 2월 29일을 시한으로 정하고, 국회가 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현행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했다.

심판대상은 병역법 제76조 제1항 가운데 '고용주는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하여야 한다'는 부분으로 한정됐다. 제2호는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은 병역기피자의 '신규 채용'을 금지하는 부분까지 판단하지는 않았다.

병역법 제76조 제1항은 △병역판정검사 등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 △군복무 및 사회복무요원·대체복무요원 복무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을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재직 중이면 해직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긴 고용주는 병역법 제93조 제1항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위헌 취지 의견은 7명이 냈다. 헌법불합치는 김상환 소장과 김형두·정형식·정계선·오영준 재판관 5명, 즉시 효력을 끊는 단순 위헌은 김복형·마은혁 재판관 2명이다. 정정미·조한창 재판관 2명은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5명은 해직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해직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에게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병무청의 일방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했다. 병무청의 판단에 따라 고용주는 선택의 여지 없이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점도 문제삼았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해직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봤다. 현재 병역법이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두고 있는데 취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병역법이 생계 곤란 시 전시근로역 처분, 양심상 사유 시 대체역 복무 등 보완적 제도를 두고 있는데 해직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이유다.

헌재는 결정의 의의에 대해 "병역의무자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라며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지면 병역기피자 해직 제도는 절차적 미비점을 보완해 시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2015년 병역거부를 이유로 인천병무지청에 의해 형사 고발돼 재판을 받았으나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인천병무지청의 병역법 위반 혐의 재고발로 다시 기소돼 2심을 받고 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2023년 8월 파견직으로 일하던 사기업에서도 퇴사 처리됐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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