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李 '선출권력 우위론' 앞세워 대법관 제청 반려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野 "헌법 어디에도 재제청권 없어 위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 등과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 등과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를 제청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통령이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헌정사상 최초의 사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헌법에 '재제청 요구권'은 없다며 반발하자, 당청은 '선출권력 우위론'을 이유로 내놨다.

청와대는 28일 조 대법원장에게 손 후보자 대신 다른 후보자를 제제청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조 대법원장이 정부와 사전협의하지 않고 손 후보자를 서면제청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관례상 대법원장은 정부와 사전조율 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제청한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헌법 어디에도 재제청 요구권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 제청은 거부하는 대통령의 '대법관 쇼핑'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존재치 않는다.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짚은 절차적 완결성 부족에 대해 "사전에 조율된 인물만 제청할 수 있다면 헌법이 굳이 왜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했나"라며 "사법부 인사에 대한 행정부의 영향력을 견제키 위해 둔 헌법상 장치로, 사전협의는 관례일 뿐이고 제청권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이다. 관례가 어떻게 헌법 위에 서나"라고 반문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제청 반려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물론 국회의 임명동의권까지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임명동의안을 아예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의 판단 기회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위헌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과거 주장한 바 있는 선출권력 우위론을 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볼 때 재제청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선출권력 우위론을 펴며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을 옹호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 원리에 따르면 제청권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에 불과하고, 자기 사람을 알박기 하기 위한 권한이 아니다"며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제청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재제청 요청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사회적 약자 보호, 재판청구권 보장 등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 인물을 신속하게 제청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국민이 부여한 제청권을 똑바로 행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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