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10억짜리 살 만한 가치 있나요?"…늘어나는 '공공', 복잡해진 내 집 셈법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②]

서윤경 기자,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길 한 동네에도 민간재개발·공공재개발·도심복합 뒤섞여
같은 재개발도 관리처분·현물보상 달라…토허제 별도 적용
정권마다 새로운 '공공' 추가…전문가들 "유형 단순화 필요"
"공공은 주거사다리의 첫 계단…민간 대체 아닌 보완 역할"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내려 우신초등학교로 가는 길에는 '재개발', '재건축' 등이 붙은 공인중개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사진=서윤경 기자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내려 우신초등학교로 가는 길에는 '재개발', '재건축' 등이 붙은 공인중개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사진=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길2는 늦었고 여기는 복합사업계획승인 신청이 완료돼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사면 권리자 분양을 받을 수 있어요. 10억짜리 있는데 보실래요."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A공인중개업소에 재개발을 문의하니 중개사는 노트북과 연결된 모니터에 신길 일대를 보여주는 지도를 띄웠다. 민간 재개발과 공공재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불과 몇 블록 사이에 뒤섞여 있었다.

'공공주택 백화점' 신길동에서 만난 공공주택 셈법

공인중개사가 가리킨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재개발할 예정인 신길 15지구의 한 주택이었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라 조건을 갖춰 매수하면 향후 새 아파트를 받을 기회가 있다. 내년이면 거래가 중단되는 만큼 시간이 갈 수록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실거주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신길15구역이 있는 영등포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대상은 아파트와 일부 연립·다세대라 해당 다세대 주택은 토허제에 따른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신길 일대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프리미엄 부담도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포역 인근 B공인중개소 대표는 "4구역에서 인근 주택들과 달리 평당가가 높게 책정된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재개발 기대가 반영되면서 프리미엄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프리미엄은 미래가치를 얻기 위해 현재의 매도자에게 지불하는 금액을 말한다. 가령 권리자 분양을 받기 위해 매입한 주택의 가격이 15억원인데 재건축을 위한 해당 주택의 감정평가액이 7억원이라면 프리미엄은 추가 지불한 8억원이 된다. 감정가가 현물보상하기로 한 주택 가격보다 저렴하면 부족한 차액까지 추가 지불해야 한다.

/자료=세종대, 그래픽=챗GPT
/자료=세종대, 그래픽=챗GPT

다만 같은 재개발이라도 형태에 따라 프리미엄에 차이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신길2를 통해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민간이 조합을 구성해 추진하는 신길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우신초 근처 LH가 시행하는 신길2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확인해 보면 지난해부터 신길제2구역은 평당 4000만~5100만원선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됐고 신길2는 3200만~350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선 공시가격이 시세의 69%로 책정되는 걸 감안해 신길제2구역의 프리미엄은 7억~8억원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프리미엄이 급상승한 곳도 있다. 성동구 성수2지구다. 신길제2구역처럼 조합 방식의 민간 재개발인 '주택정비형 재개발'이다. 감정평가액이 8억~9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물건도 매매가가 30억원 안팎이다 보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민간 신길2는 프리미엄과 토지가격이 높아져 부담은 크지만, 민간이 하니 진행이 빠르다. 향후 가격 상승의 기대감도 공공보다 높다"며 "반대로 LH 사업지는 프리미엄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초기 매입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개발 속도는 느리고 가격 상승 효과도 적다"고 말했다.

공공임대부터 공공개발까지…혼란만 늘어난 '공공'의 이름

신길동에서 나타난 복잡성은 한 지역에 국한된 건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주택시장의 문제가 달라질 때마다 '공공'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주택정책이 추가됐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서 공공주택의 기본적인 법적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LH, 지방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매입·임차해 공급하며 크게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나뉜다.

실제 정책으로 들어가면 영구임대·국민임대·행복주택·통합공공임대·장기전세·매입임대·전세임대 등으로 세분화된다.

여기에 공공이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것을 넘어 민간 정비사업과 도심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까지 추가됐다. 2020년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이 등장했고 2021년 2·4 대책에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도입됐다. 이후에도 새로운 정책과 주거수요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새로운 유형이 더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따져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재건축전문 공인중개소 대표는 "민간이 하느냐, LH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공공재개발이냐, 도심복합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며 "토지거래허가나 권리승계 조건까지 있어 중개사도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길동에서 만난 중개업자들도 같은 물건을 두고 2년 거주요건, 프리미엄 등을 두고 다른 정보를 얘기했다. 다만 한결같이 덧붙인 게 있었다. "내년엔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주택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는데도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며 "과거 정권마다 새로운 공공임대 유형을 만들어 온 결과가 지금의 복잡한 체계"라고 지적했다.

"공공은 주거사다리 첫 계단…민간 대체해선 안 돼"

/자료=LH·서울시·법제처, 그래픽=챗GPT
/자료=LH·서울시·법제처, 그래픽=챗GPT

제도가 복잡해졌다고 공공주택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공공주택의 일차적 역할을 민간 주택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주택은 과도한 대출이나 임대료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저축과 자산형성의 출발점을 확보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의 역할이 민간의 영역까지 무한정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공공주택은 민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장이 효율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선별적·보완적 장치로 보는 것이 맞다"며 "공공은 안전망을 제공하고 민간은 기본적인 공급 총량과 상품 다양성을 담당하면서 역할을 분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원 대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행복주택 이후 청년과 신혼부부가 공공주택 정책에서 중요한 대상이 됐다"면서도 "청년·신혼부부뿐 아니라 이미 아이를 키우면서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가구 등 다른 취약계층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김희선 기자


#공공주택 #신길 #프리미엄 #감정평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