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콘' 김재중 "성공할 시장 먼저, 멤버 구성 나중" 중소 엔터 글로벌 진출 전략
키빗업은 미주, 베이온은 아시아 시장 겨냥 IP
[파이낸셜뉴스] "저를 아시나요?"
가수 겸 제작자 김재중이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큐브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뮤콘(MU:CON) 2026' 콘퍼런스 무대에 검은색 티셔츠와 블랙진 차림으로 올라 객석을 향해 이같이 물었다. 20년 넘게 활동해온 K팝 스타는 이날 자신을 '가수 김재중'이 아닌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설립자"로 소개했다. 이어 5인조 보이그룹 키빗업(KEYVITUP)과 6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베이온(VAYONN)을 선보인 제작자로서 자사의 사업 모델과 음악 시장에서 얻은 통찰을 청중과 공유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큐브컨벤션센터와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2026 글로벌 뮤직 페어(뮤콘 2026)'를 개최한다. 음악산업의 주요 현안과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콘퍼런스는 9월 2~4일 상암동 큐브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김재중은 이날 'K팝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가수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을 설계한다"며 중소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생각은 대형 기획사의 전략을 적은 예산으로 따라 하는 것"이라며 자본과 팬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 기획사는 마케팅 예산과 인지도, 현지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멤버를 구성하기 전에 "어느 시장에서 누구에게 사랑받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며 시장 선택과 팬 취향 분석을 시작으로 멤버 구성, 음악, 비주얼, 캐릭터, 콘텐츠, 플랫폼, 현지 파트너, 수익모델까지 차례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의 표현을 빌리면, 인코드는 현재 미주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두 가지 가설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지난 4월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 키빗업은 K팝 제작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미주 대중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을 만들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사례다. 키빗업은 현민, 태환, 세나, 재인, 루키아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케이콘 LA 2026' 무대에 올랐다. 데뷔곡 '키빗업'은 미국 유튜브 쇼츠 차트 20위까지 올랐다.
지난 7월 데뷔한 6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베이온은 아시아 K팝 팬덤 문화에 최적화된 IP를 목표로 한다. 엠넷 '보이즈 2 플래닛' 출신 마사토, 센, 아양, 진위와 인코드 연습생 공개 프로젝트 '인더엑스'를 통해 선보인 테루, 마노로 구성됐다.
김재중은 이날 미주와 아시아 시장의 차이를 짚었다. 미주는 개성과 문화적 발견, 신규 팬 유입을 중심으로 스트리밍과 브랜드 협업, 투어의 중요성이 크다면 아시아는 팬과의 지속적인 관계와 반복적인 접점을 바탕으로 앨범과 상품(MD), 팬미팅 등 팬덤 기반 매출의 비중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역시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장기적인 팬 관계와 높은 팬당 소비가 특징이라면, 중화권은 웨이보 등 현지 플랫폼과 규제 환경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는 젊은 인구와 소셜미디어 확산력, K팝 친화성이 높지만 국가별 구매력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의 강점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전환 능력을 꼽았다. 숏폼 조회수와 공유율, 온라인 커뮤니티 언급량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유료 쇼케이스 관객수, 재구매율, 팬당 평균 소비액, 재방문율, 현지 파트너 수 등을 지표로 삼아 전략을 수정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을 목표로 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더 큰 반응이 나타나면 시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데이터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지표"라고 말했다.
김재중이 제시한 시장 진입 전략은 틱톡과 유튜브 쇼츠 등 디지털 공간에서 발견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현지 창작자와 협업하고 K팝·아시안팝 커뮤니티에 진입한 뒤, 소규모 공연과 팬 행사로 수요를 검증한다. 가능성이 확인된 시장에서 페스티벌과 브랜드, 미디어, 투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보다 '도시와 조건'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도시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지도가 높은 시장과 사업성이 높은 시장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남미의 경우 북미 대비 팬 수가 많더라도 항공·물류비와 상품 배송비, 구매력, 환율, 공연 기반시설, 티켓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도시에 팬 5000명이 있더라도 경쟁 공연이 많다면, 팬은 1500명에 그쳐도 구매력이 높고 경쟁이 적은 다른 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중은 해외 진출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 단계별 투자 전략도 제시했다. 첫 3개월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는 '발견과 테스트' 기간으로, 콘텐츠 제작과 현지 크리에이터 협업에 소규모 비용을 투입한다.
4∼6개월에는 반응이 확인된 2∼3개 도시에서 300∼1000명 규모의 쇼케이스를 열어 유료 관객과 사업성을 검증한다.
이후 7∼12개월에는 검증된 도시와 플랫폼에 자본을 집중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며 "3단계에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중은 "중소기업이 세계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그 시장이 너무 크다"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시장을 찾고 그곳의 팬을 이해해, 그들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코드는 한국에서 성공한 아티스트를 해외로 보내는 회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의 누군가에게 필요한 아티스트를 만드는 회사"라며 "우리는 이길 수 있는 세계부터 찾아간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