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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속 고개 든 인플레… 美·日 등 국채금리 동반 급등 [요동치는 채권시장]

이병철 기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이란 충돌 격화에 유가 뛰어
막대한 국가부채도 장기금리 올려
美 30년물 5.2%… 10년물 4.8%
30년 고정 주담대는 6.6% 기록
日 10년물도 3%… 초저금리 끝

재정적자 속 고개 든 인플레… 美·日 등 국채금리 동반 급등 [요동치는 채권시장]

【파이낸셜뉴스 뉴욕·도쿄=이병철 서혜진 특파원】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국제유가가 뛰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난 데다 주요국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선 빅테크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겹치면서다. 미국에서는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6%를 웃돌고 연방정부의 연간 순이자 지출도 1조달러에 육박하는 등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이 주택시장과 소비, 정부 재정으로 번지고 있다.

■주요국 국채금리 일제히 급등

1일(현지시간)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미국 10년물도 장중 4.798%까지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은 5.27%까지 치솟았다. 독일 10년물은 3.35%로 2011년 이후, 영국 10년물은 5.25%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일 일본 채권시장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가 한때 3.015%까지 올라 1996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금리를 밀어 올린 첫 번째 요인은 다시 고개를 든 인플레이션이다.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섰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로 전이될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는 줄어든다.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채권금리 상승을 중동발 인플레이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는 40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와 막대한 재정적자가 장기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격은 미국 가계에도 번지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달 27일 기준 6.66%에 달했다. 50만달러를 이 금리로 30년간 빌리면 원리금 상환액만 월 약 3210달러로 금리 4%일 때보다 820달러 이상 많다.

미 정부의 부담은 더 크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은 2025년 9700억달러에서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예상되는 1조9000억달러 규모 재정적자의 절반 안팎이다.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머서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관리 부사장은 "주로 미국 자체의 문제이며 글로벌 흐름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이자비용, 미 국채시장의 수요 구조 변화를 금리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AI 투자 경쟁에 뛰어든 빅테크의 자금 수요까지 폭증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만 2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2배를 넘어섰다. 올해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도 4조90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日 금리상승 충격파 확산

일본의 변화도 글로벌 채권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약 2%에서 3%까지 뛰었다. 수십년간 초저금리로 글로벌 자금의 공급원 역할을 했던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 채권에서 자금을 빼 자국으로 돌릴 유인이 커진다.

금리 상승의 충격은 일본 내부에서도 정부와 기업, 가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는 곳은 일본 정부다. 10년물 금리 3%는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적용한 예상금리와 같다.

일본 재무성은 내년도 예산 요구에서 예상금리를 3.8%로 높여 잡았다. 이에 따라 이자 지급비는 올해보다 27% 늘어난 16조5888억엔(약 144조원), 원금 상환을 포함한 국채비는 역대 최대인 36조6386억엔(약 319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채비가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비 요구액마저 웃돌면서 감세와 방위비, 성장 투자에 투입할 재정 여력은 줄어들게 됐다.

기업들은 변동금리 차입을 고정금리로 바꾸고 대출 만기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가계에는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본격적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주택 구매자의 약 80%가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어 광범위한 가계의 원리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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