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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취자 현장 대응 문제 없어"...경찰·소방관 4명, 사망사고서 전원 무죄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술취해 난동 부리고 자해 시도하던 여성 심정지로 사망
전문 의료인 수준 판단 및 대처 불가능...업무상 과실 판단 불가
국민참여재판 만장일치 '무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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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자해를 시도하던 여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과거 주취 난동자를 제압하다 상해를 입힌 소방관에게 유죄가 선고된 사례와 대비되면서 긴박한 현장에서 이뤄진 경찰·소방의 대응에 어디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주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4부(오대석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과 소방관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22년 8월 26일 새벽 발생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여성이 노상에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이 피해자를 깨워 귀가시키려 하자 피해자는 욕설과 함께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피해자는 체포된 뒤에도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며 반항했다. 이어 "그러면 내가 혀 깨물고 죽어야 되네"라고 말하며 실제 혀를 깨무는 자해를 시도했다. 이를 막던 경찰관은 손가락을 물려 출혈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자해를 막기 위해 임시로 전자 호루라기를 물렸다가 편의점 직원이 건넨 수건을 피해자의 입에 넣었다.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경찰관에게 거즈를 건네며 수건을 대체하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경찰관은 수건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소방관들은 경찰의 요청에 따라 수건을 잡고 있다가 피해자의 심정지가 의심되자 이를 제거하고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했다. 피해자는 맥박을 회복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자해 방지냐, 질식 위험이냐...배심원 7명 '만장일치 무죄'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입에 있던 수건을 제때 제거하지 않은 행위와 피해자의 이상 징후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한 데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이번 사건에서 소방관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YK는 소방관들이 전문 의료인이 아닌 만큼 전문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판단과 대처를 그대로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구급조치를 위해서는 현장의 안전이 확보돼야 하지만, 당시 피해자가 난동과 자해를 이어가는 등 실질적으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할 수 있는 구급조치에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YK 측은 거제소방서 소방관들의 응급지도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당시 현장 상황과 소방관들의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증인은 피해자의 혀 깨물기를 막기 위해 사용한 수건을 제거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꾸더라도 순식간에 다시 혀를 깨물 수 있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어두운 야간 현장에서 피해자의 청색증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청색증이 심정지 발생 시점을 직접 나타내는 지표도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피해자가 진정된 것처럼 행동하다 다시 의료진을 공격하는 사례가 있다는 현장 경험도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자해 방지 도구를 보급하고 관련 대응 매뉴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와 의료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2019년 주취자 제압 소방관 '유죄'...현장 대응 책임 경계 주목

이번 판결은 주취 난동자를 제압하다 상해를 입힌 소방관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했던 과거 국민참여재판 사례와 대비된다.

전주지법은 2019년 주취 상태에서 욕설과 위협을 하던 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구급대원에게 상해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유죄, 2명이 무죄로 판단했다.

구급대원은 피해자의 난동에 대응하기 위한 행위로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한 욕설을 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구급대원이 피해자를 화물차 적재함에 밀어 약 20초간 짓누른 뒤 다시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려 상해를 입힌 점 등을 근거로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두 사건은 혐의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달라 직접적인 선례 관계로 볼 수는 없다. 2019년 사건은 구급대원의 물리적 제압으로 피해자가 다친 데 대한 상해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자해를 시도하는 피해자를 제지·구호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데 대해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업무상 과실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주취·난동 상황에서 경찰·소방 인력의 현장 대응에 형사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지만, 당시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위험을 인식하고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가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가 됐다.

이번 사건에서 소방관들을 대리한 정민욱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이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 경찰관과 소방관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가 유죄로 인정됐다면 향후 현장에서의 소극 대응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됐을지도 모른다"며 "이번 무죄 판결을 통해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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