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처럼' 세포막 녹이던 mRNA 전달체… '중성 빨대'가 대안 될까 [언박싱 연구실]
<62>연세대 신소재공학과 임용범 교수팀
기반 mRNA 나노튜브 전달체 개발
세포 파괴·적혈구 변형 부작용 획기적으로 낮춰
머리카락 굵기 1만분의 1 크기 나노튜브로
효소 분해 막고 체내 안전성 입증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임용범 교수팀이 기존 mRNA 전달체의 치명적인 독성 문제를 해결했다.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 전달체를 개발해 세포 파괴와 혈액 독성이 사실상 없는 새 기술을 완성했다.
이번 성과는 부작용 없는 안전한 차세대 mRNA 백신과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쓰인다. mRNA 기술은 감염병 백신뿐만 아니라 암 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하지만 기존 전달체는 체내 세포막을 손상하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중성 전달체는 이러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환자가 안심하고 반복해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mRNA 신약의 든든한 발판이 된다.
기존 전달체는 음전하(-)를 띤 mRNA를 감싸기 위해 양전하(+)를 띤 지질이나 고분자 물질을 썼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끌어당기는 원리다. 하지만 이 양전하 물질들은 비누나 세제처럼 작용해 우리 몸의 세포막을 녹이고 터뜨리는 독성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전하의 끌림 대신 다른 힘을 썼다. 물을 피하려는 기름 같은 성질(소수성)과 분자끼리 손을 잡는 '수소결합'을 활용했다. 단백질 기본 조각인 펩타이드로 전기적 성질을 띠지 않는 중성 물질(ENSP)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이 물질 바깥쪽에는 포도당을 달았다. 세포 표면의 포도당 운반체를 역이용해, 세포가 영양분인 줄 알고 나노 전달체를 거부감 없이 스스로 끌어들이도록 유도한 전략이다.
연구팀은 설계를 거듭해 물질의 응축 성능을 초기 모델보다 무려 4,300배나 끌어올렸다. 개선된 중성 펩타이드는 mRNA를 빈틈없이 감싸 지름 11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나노튜브를 형성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불과한 아주 미세한 빨대 모양이다. 이 나노튜브는 체내 분해 효소로부터 mRNA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튼튼한 방패 역할도 해낸다. 연구팀은 형광 단백질 mRNA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mRNA(루시퍼레이즈 mRNA)도 완벽하게 감싸는 데 성공해 기술의 범용성까지 확인했다.
전달 성능과 안전성도 입증했다. 세포 실험 결과, 세포의 약 85%가 나노튜브를 거부감 없이 흡수해 목표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흥미롭게도 나노튜브 표면 전하는 마이너스(-18.4mV)에서 거의 중성(+1.7mV) 수준에 머물렀다. 독성을 유발하는 강한 양전하 없이도 세포 안으로 거뜬히 들어간 셈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피하 주사를 놓으면 주사 부위에서, 혈관에 주사하면 간에서 mRNA가 정상적으로 단백질을 발현했다.
혈액 독성 평가에서는 압도적인 안전성을 보였다. 생쥐에 기존 전달체(LNP)를 정맥주사하자 30분 만에 정상 적혈구 비율이 76.0%까지 떨어졌다. 적혈구가 찌그러지거나 표면이 뾰족해지는 등 비정상적인 모양 변형이 두드러졌다. 반면 연구팀의 중성 나노튜브를 투여했을 때는 정상 적혈구 비율이 91.9%에 달했다. 아무런 약물도 넣지 않은 정상 혈액(93.5%)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안전했다.
주목할 점은 혈액 속 적혈구의 총량을 뜻하는 '헤마토크릿' 수치다. 기존 전달체나 중성 나노튜브 모두 24시간 동안 정상 범위(45~60%)를 유지했다. 겉보기 혈액량만 측정해서는 독성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현미경으로 세포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손상 여부를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안전한 신개념 전달체 개발뿐 아니라, 전달체의 숨은 독성을 훨씬 정밀하게 짚어내는 평가법까지 함께 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다학제 융합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