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 김소영 무기징역에 쌍방항소…다시 법정에 선 '사형의 기준'
검찰 사형 구형에도 1심은 무기징역
검찰·피고인 쌍방항소…2심서 재격돌
사형 선고 기준과 형량 적절성 쟁점
"중범죄 형벌 체계 전반 재정립해야"
[파이낸셜뉴스] '강북모텔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소영(20)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하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폈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형 선고의 기준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의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김씨 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의 1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살인·특수상해·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 사이에 동일한 방식으로 20~30대 남성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1심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법원이 김씨의 살인 고의는 인정하면서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범행 결과나 피해 규모만으로 사형 선고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 판결에서도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범행의 책임이 중대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초점에는 차이가 있었다. 검찰은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해 사망과 상해를 발생시킨 범행의 반복성과 위험성 등에 주목한 반면, 법원은 범행의 고의 정도와 경위, 피고인의 책임 정도, 범행 전후의 사정, 유사 사건과의 형평 등을 종합해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까지 선고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졌다.
이 같은 판단 경향은 다른 유사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무방비 상태의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미아동 마트 살인사건'에서도 검찰은 피고인 김성진(34)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뒤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사형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유족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범죄의 결과에 상응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법원은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형 선고 자체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종적으로 사형이 확정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14년 6월 21일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한 임모 병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6년 2월 19일 임 병장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이후에도 하급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있었지만, 상급심에서 형이 감형되면서 사형 확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44)과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9)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2018년과 2020년 각각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형이 법정형으로 남아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재판에서는 사형 선고가 최종 형벌로 유지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셈이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쟁이 쉽게 결론 나지 않는 데에는 한국의 특수한 형사사법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사형은 여전히 법정형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집행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후 28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법률상 최고형으로서 사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는 이중적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한국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사형이 법률상 존재하는 것과 실제 형벌로 기능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커지면서 사형의 법적 지위와 존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을 대안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무기징역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가석방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을 원천적으로 제한해 수형자를 생존 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한다. 오판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으면서도 흉악범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절대적 종신형 역시 수형자의 교화와 사회 복귀 가능성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별도의 사회적·법률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사형을 폐지하거나 유지하는 문제와 별개로 가장 중대한 범죄에 어느 정도의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흉악범에 대한 엄정한 처벌의 필요성과 사형이라는 형벌의 한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사형 선고 여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사형은 법정 최고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고할 수 있는 형벌이 아니라 범행의 책임 정도와 경위 등을 종합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을 실제 집행하지 않는 현실에서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형벌 격차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 역시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