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승부수' 정의선 회장, 트럼프 키맨 잡아 美 K-제철소 구축
현대제철-포스코, 2029년 초 가동 목표로
58억불 투입해 美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 추진
정의선 회장, 대미투자 두 가지 전략적 이해 주목
현대차 美 수직생산체제 구축, 현대제철 美진출
북미 자동차 강판, AI 데이터센터, 로봇, 로켓 등
고부가 시장 정조준...美 현지사회 기대감 고조
【도널드슨빌(미국)=조은효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보수세력의 땅'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의 인구 7500명의 소도시 도널드슨빌에서 열린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 기공식 현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총 투자비 58억 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미국 첫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 제철소(2029년 1·4분기 상업생산 개시)의 공사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서자, 일찍이 모여든 미국 연방정부와 루이지애나 주정부, 미 하원의원 등 미국 측 정관계 인사 약 250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기립하며 정 회장을 맞이했다. 이 가운데 루이지애나의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키맨' 중 한 사람으로, 지난해 3월 정 회장의 백악관 방문을 전격 성사시켰던 인물이다.
정 회장은 미시시피강 인근의 광활한 사탕수수밭이었던 이 곳을 2029년 약 1300명(간접고용 효과 41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연산 270만t 규모의 제철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윌리엄 키밋 미 상무부 차관은 "철강을 생산할 수 없는 나라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며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대담히 응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총 260억 달러(약 28억5000억원)규모의 대미 투자계획 중 1호 프로젝트인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대한 미국 현지의 높은 관심, 미 정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우호적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美 '쇳물에서 車까지' 구축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와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가 맞물리며, 급물살을 탔다. 정의선 회장은 크게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미국의 첨단 고부가 철강시장 진출 필요성 나아가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미국 정가 및 미국 현지사회와의 관계 강화 등 세 가지에 주목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첫 'K-제철소' 가동을 통해 고율의 철강 수입관세(관세율 50%)에 대응력을 강화하는 한편, 조지아주(현대차·기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아 공장)·앨라배마주(현대차)·루이지애나주(현대제철)에 이르는 미국 남부 선벨트 지역에 이른바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수직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사업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의 200억달러대 대미투자계획을 발표한 지 약 2개월 만에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법인이 설립됐고, 지난해 말에는 이탈리아, 미국 등 제철소 설비, 전력 기업들과 계약 체결이 완료됐다. 이어서 올해 1월엔 경쟁사이자 자동차 강판 공급업체인 포스코(HPLS 제철소 지분 20%, 2대 주주)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현재 100만대 규모인 미국 현지 생산량을 120만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날 기공식 현장에서 미국 내 제철소 건립 배경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관세 대응이 (최우선의)목표가 아니었다"면서 "차량의 품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해 고부가 저탄소강을 생산해서 써야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에서 고급 강재를 자체적 조달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공략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미국 시장 3위인 포드를 제치고 역대 최대 점유율(12.9%)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美 철강시장 전진기지 확보
두 번째 전략적 목적은 현대제철의 세계 시장 진출 확대다. 정 회장은 미국 내 철강 수요가 2000만t 가량 부족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조강생산국(8200만t)이나, 약 2000만t을 수입해서 쓰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제품 위주의 판재류가 그 절반인 1000만t이나 된다.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전격 인수한 것이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립 추진에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향후 현대차(40만t 공급)·기아(40만t)뿐만 아니라, 미국 GM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 북미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공급도 적극 타진해 갈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HPLS 철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실제 일부 업체와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은 북미 지역의 고급 자동차 강판 시장과 더불어 휴머노이드 로봇용 강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스페이스X 등 로켓용 강판을 향후 진출 분야로 일일이 언급하며, 북미 고부가 철강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에 처한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현지 제철소 건립을 통해 고부가 시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