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정상화 위해 필요" vs "경영권 방어수단 보완부터"[경영권 흔드는 'K베어허그']
주가 저평가 방치한 기업이 문제
지배권 방어하려면 주가 올려야
'포이즌필'같은 방어수단 없어
공격·방어 비대칭 커질 가능성
한국형 베어허그가 도입될 경우 저평가 기업의 경영권 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저평가를 방치한 기업에 대한 시장 규율이라는 평가와 함께 공격자의 '창'만 강화하고 기업의 '방패'는 그대로 두는 제도적 비대칭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한국형 베어허그가 이사회의 '거절권'보다 '침묵할 권리'를 제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높은 프리미엄의 인수제안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과 판단 근거를 시장에 설명해야 하는 만큼 공격자의 협상력은 이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포이즌필에 준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공격수단만 강화하면 공격과 방어의 비대칭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포이즌필을 도입할 경우에도 독립이사 승인과 일몰조항, 강화된 사법심사 등 경영진의 '참호 구축'을 막을 견제장치를 함께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자체를 기업가치를 정상화하는 시장 규율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적정가치 대비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기업들은 긴장해야 한다"며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게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지배권을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결국 문제는 주가 저평가를 방치한 경영진과 지배주주"라고 강조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파급력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안 교수는 "공개매수에 대해 이사회가 의견을 표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강화 취지를 고려하면 충분히 입법적 타당성이 있다"며 "이사회 의견표명 의무화 자체가 공개매수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안 교수 역시 경영권 방어수단의 보완 필요성에는 무게를 뒀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경영권 방어수단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며 "반드시 포이즌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결권 등 여러 수단을 포함해 전체적인 '게임의 룰' 차원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쟁점은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 규율을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강화된 규율에 걸맞은 방어권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로 모인다.
미국처럼 포이즌필을 허용하되 남용을 엄격히 심사하거나, 기업이 적대적 인수제안에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적 선택지를 마련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시장의 압력과 적대적 M&A에 대응할 최소한의 방어권은 별개의 문제"라며 "인수자에게 베어허그라는 공격수단을 제도적으로 열어준다면 기업에도 포이즌필 등 합리적 방어수단 마련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방어수단 없이 공격수단만 강화할 경우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나 핵심 기술·자산을 보유한 기업까지 해외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M&A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도 현대모비스·LG·롯데지주·KCC·한국앤컴퍼니 등 자산·사업가치 대비 증시 평가가 낮은 기업들이 베어허그 도입 이후 재평가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 규율은 필요하지만 공격자의 '창'만 키울 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포이즌필 등 최소한의 '방패'를 함께 마련해 법안 도입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들의 경영권 허들은 방어해 주는 논의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