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가상승 효과 있지만 해외자본 M&A 먹잇감 될수도[경영권 흔드는 'K베어허그']
與 '한국형 베어허그' 도입 추진
저평가된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추진되는 '한국형 베어허그'가 자칫 국내 기업을 해외자본의 손쉬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제안을 공개해 이사회를 압박하는 공격수단은 강화하면서 이에 대응할 경영권 방어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M&A 과정에서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과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에 대해 대상회사 이사회가 의무적으로 의견을 밝히도록 하고, 중요한 인수제안이 주주에게 알려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제도의 '비대칭'이다. 베어허그는 인수자가 이사회가 거부하기 어려운 프리미엄을 제시한 뒤 이를 공개해 주주가 직접 경영진을 압박하도록 하는 M&A 전략이다. 저PBR 기업의 가치 제고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해외 사모펀드(PEF)나 경쟁기업이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흔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올해 영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영국 상장기업을 상대로 이뤄진 베어허그 12건 가운데 8건의 인수자가 해외 기업이었다. 올해 2·4분기에만 시장가격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공개·비우호적 인수제안 규모가 440억파운드에 달했다.
저평가된 영국 기업을 해외 PEF와 전략적투자자(SI)가 잇따라 사들이면서 자국 자본시장에서는 오히려 상장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영국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M&A 규모는 182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129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해외에서는 베어허그와 함께 '경영권 방어장치'도 작동한다. 미국에서는 포이즌필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인수의향 공개 후 28일 안에 정식 제안하거나 철회하는 '제안 아니면 철회' 제도를 둬 베어허그로 장기간 경영권을 흔드는 것을 제한한다. 베어허그가 제도화되면 국내에서도 낮은 PBR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배지분을 가진 기업들이 잠재적 M&A 대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중론이다. 재계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라는 취지와 별개로 공격수단과 방어수단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아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