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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코브라 헬기, 민가 피하려 끝까지 기수 돌려…기종 노후, 잔혹사 끊을 '특단의 조치'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민·관·군 합동조사위 "배기확산기 실린더 결함에 따른 축 고착이 원인" 발표
CCTV·비행기록 복원 결과, 정상 항로 벗어나 하천 쪽으로 좌측 42도 선회 확인
이륙 21초 만에 엔진 정지, 12초간 대민 피해 막기 위해 사투 벌인 순직 조종사들
육군, 항공안전 기능을 육본으로 전면 이관 및 유·무인기 통합점검 체계 구축

지난 2022년 9월 20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육군이 대규모 기동화력 시범을 선보인다. AH-1S 코브라 공격헬기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은 리허설 장면. 육군 제공
지난 2022년 9월 20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육군이 대규모 기동화력 시범을 선보인다. AH-1S 코브라 공격헬기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은 리허설 장면. 육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 경기도 가평에서 발생한 육군 코브라 공격헬기(AH-1S) 추락 사고의 원인이 기체 내부 엔진 축 고착에 따른 엔진 정지로 최종 결론 났다. 장기간에 걸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의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전례 없는 기계적 결함의 실체가 규명되었으나, 이번 사고는 현장의 완벽한 정비와 점검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노후 기종의 물리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깊은 위안을,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인 장병들에게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제는 개별 정비의 차원을 넘어 정부와 군 수뇌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절체절명의 12초, 마지막까지 조종간 놓지 않아
10일 변순철 민·관·군 합동 중앙안전사고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5군단 소속 코브라헬기는 비상절차 숙달을 위한 이·착륙 훈련 중이었다. 7회차 이륙 후 불과 21초 만에 원인 미상의 검은 연기와 함께 엔진이 완전히 정지됐다. 동력을 상실한 기체가 고도와 속도를 잃고 급강하하는 절체절명의 12초 동안, 조종사들은 대민 피해를 막기 위해 기수를 정상 비행로(005°)에서 좌측 하천 방향(323°)으로 무려 42도나 꺾었다.

CCTV와 비행기록의 물리적 복원을 통해 입증된 조종사들의 마지막 궤적은 민가 지역을 회피하기 위한 사투의 흔적이었다. 폭발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한 순직 조종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유가족과 동료 장병들에게 깊은 울림과 명예로운 위안을 전하고 있다.

■과학적 조사로 밝혀진 원인, 정비의 한계 넘어 구조적 문제
조사위는 미국 오작(OZARK)사 엔지니어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관과 함께 손상 부품을 미 현지로 후송해 정밀 분석하는 등 결함 규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종 밝혀진 원인은 엔진 후방 배기확산기 내부 실린더의 미세한 정렬 이탈로 인해 발생한 '샤프트 월링(Shaft Whirling)' 현상과 그로 인한 축 고착이었다. 비행 중 이 같은 축 고착이 일어난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물적 요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장 실무자들이 아무리 정교하게 부품 피로도를 점검하고 교범을 준수하더라도, 오랜 세월 누적된 기체 노후화의 임계점을 사전에 예측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 현장의 정비 인력과 조종사들이 헌신에도 무기의 물리적 수명이라는 원초적 한계는 피하기 어렵다. 노후 항공 자산을 장기 운용해 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안보 환경과 무기체계 전력 유지 정책의 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안전한 비행 환경을 위한 제도적 재정비와 후속 과제
육군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코브라 헬기의 노후화에 따른 위험성을 공식 인정하고, 합참과의 협의를 통해 도태 시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 아울러 대체 전력인 국산 소형무장헬기(LAH-1, 미르온)의 전력화 일정을 안정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조정하기 위해 방위사업청과 긴밀히 공조할 계획이다. 또한 항공 안전감독 기능을 육군본부 직속 전투준비안전단으로 격상·이관하여 유·무인기 통합 점검 등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들의 성실한 노력으로 비극의 기술적 원인은 규명되었지만, 군 당국에 남겨진 제도적 숙제는 가볍지 않다. 일선 조종사와 정비사들이 오직 임무와 안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기체를 현대화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명예를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해법이자 기본 책무다.

육군은 전년도 8월말 주회전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불시착하는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코브라(AH-1S) 공격헬기의 운항을 7개월여 만에 재개한다고 2022년 2월 18일 밝혔다. 뉴시스
육군은 전년도 8월말 주회전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불시착하는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코브라(AH-1S) 공격헬기의 운항을 7개월여 만에 재개한다고 2022년 2월 18일 밝혔다.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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