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73년 중앙정부 노동감독 벽 깬다… 제주, 전국 첫 전담조직 가동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12월 8일 지방노동감독 제도 본격 시행
30명 미만 사업장 일부 감독권한 위임
노동감독정책 등 1과 3팀 전담조직 가동
경력직 포함 전문인력 6명 순차 채용
초기 1~2년 중앙 지방 합동점검 제안

제주특별자치도청 전경. 제주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1과 3팀 규모의 노동안전감독관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청 전경. 제주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1과 3팀 규모의 노동안전감독관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돼 온 노동감독 체계가 73년 만에 중앙과 지방의 공동 체계로 바뀐다.

1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8월25일 노동감독정책팀과 노동감독팀, 산업안전감독팀 등 1과 3팀 규모의 전담조직인 '노동안전감독관'을 신설했다.

제주도는 경력직을 포함한 전문인력 6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하고 현장 실무교육과 중앙정부 합동점검을 통해 감독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주가 조직을 먼저 만든 배경에는 오는 12월 8일 시행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 있다. 새 법은 고용노동부 소속 중앙노동감독관과 시·도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을 별도로 두고 일정 범위의 사업장 감독을 지방정부가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사실상 전담해 온 노동감독에 지방정부가 공식 주체로 참여할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지방위임의 핵심 대상은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이다. 다만 30명 미만 사업장 전체가 곧바로 지방정부 감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과 지방의 협의를 거쳐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 가운데 일부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제주도가 실제 맡을 업종과 사업장 범위, 감독 항목도 앞으로 협의 절차를 거쳐 정해진다. 제주도가 지역 감독계획을 마련하면 지역노동감독협의회와 전국노동감독협의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위임 범위가 조정되는 구조다.

지방노동감독은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관계법령 준수 여부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필요한 행정조치와 사법절차까지 연결하는 업무다.

초기에는 임금체불과 근로조건 등 노동자의 권리구제와 직접 관련된 분야와 소규모 사업장의 노무관리 개선에 감독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경험과 전문성이다. 중앙 노동관서는 수십 년간 근로감독과 수사 경험을 축적해 왔지만 지방정부는 처음 감독권을 행사한다. 현장 점검과 조사, 법령 해석, 사건 처리까지 수행하려면 전문인력과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제주도도 이 점을 제도 시행 초기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린 제1회 전국노동감독협의회에서 시행 초기 1~2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동점검과 현장체험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규 지방노동감독관이 중앙 감독관과 현장에서 실제 사건을 처리하며 감독기법과 수사 절차를 익힐 시간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제주도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준비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와 노동감독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월부터 전담 태스크포스를 운영했다. 지난 4월에는 지방노동감독 인력 확보를 위한 공무원 정원조례 개정을 마쳤다.

이어 지난 8월2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감독정책팀과 노동감독팀, 산업안전감독팀을 묶은 전담조직을 출범시켰다.

정부도 지방노동감독 시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노동감독을 위한 기준인력을 배정했고 고용노동부는 신규 지방감독관 교육과 노동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와 고난도 사건에 대한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지방감독관이 처음 사업장을 감독할 때 관할 지방노동관서 감독관이 동행하고, 복잡한 사건은 중앙 감독관과 지방노동관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주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산업구조와 맞물려 지방노동감독의 실제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관광과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등 다수의 중소사업체가 지역 고용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어떤 업종과 감독 분야를 맡느냐에 따라 현장 체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전담조직을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제도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가 실제 위임받을 감독 권한과 사업장 범위, 신규 감독관의 현장 전문성, 중앙 노동관서와의 역할 분담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구축한 노동안전감독관 조직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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