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억 전세 살래, 동탄 자가 살래?"… 30대 두 가장의 주거 영수증 까보니 [3040 샐러리캡]
"전세금 6억의 딜레마… '서울살이' 버티기냐, '경기 자가' 엑소더스냐"
편도 30분 '마포 구축' vs 왕복 3시간 '동탄 자가'… 샐러리캡 꽉 찬 두 가장의 통장
[파이낸셜뉴스] 금요일 저녁 8시. 일주일의 피로가 쏟아지는 퇴근길 만원 지하철 안, 3040 직장인들의 스마트폰 화면은 높은 확률로 부동산 앱을 향해 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이사를 갈 계획이 없어도 '남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 본능에 가깝다.
특히 30대 가장들에게 주거지 선택은 한정된 '샐러리캡(가용 예산)' 안에서 최적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다. 직주근접을 위해 서울의 낡은 전세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출퇴근 3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경기권 신축 아파트에서 '내 집'의 안정감을 누릴 것인가. 수년째 이어지는 이 팽팽한 밸런스 게임의 현실을 두 가장의 '주거 영수증'을 통해 들여다봤다.
이들의 고민은 단순한 체감 기분이나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명확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약 6억 원 선을 돌파했다. 반면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 4000만 원대다. 서울에서 남의 집을 빌려 사는 돈이면, 경기도에서는 번듯한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을 빠져나가 경기도로 이동한 순이동 인구는 약 7만 2000명에 달했다. 서울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직업도, 교육도 아닌 '주택(부동산)'이었다. 주거 비용의 압박이 만들어낸 거대한 '엑소더스' 현상이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입사 8년 차 김 모 씨(36)는 마포구의 지은 지 20년 된 구축 아파트(전용 59㎡)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전세금은 6억원. 반면 강남으로 출근하는 동기 이 모 씨(36)는 비슷한 시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3년 차 신축 아파트(전용 84㎡)를 7억원에 매수했다.
김 씨의 무기는 '시간'이다. 도보와 지하철을 합쳐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편도 30분 남짓. 야근을 하거나 금요일 밤늦게까지 회식을 해도 택시비 1만 원이면 집에 도착한다.
이 씨의 무기는 '공간과 인프라'다. 출퇴근에는 광역버스와 SRT 등을 섞어 타며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을 길 위에 버린다. 하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널찍한 거실과 완벽하게 갖춰진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그를 반긴다.
현실은 영수증에서 갈린다. 서울 전세족 김 씨는 전세자금대출 2억 원에 대한 이자로 매달 약 80만 원을 은행에 낸다. 오래된 아파트라 겨울철 난방비 등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만기 때마다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장 큰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동탄 자가족 이 씨의 현금 흐름은 훨씬 팍팍하다.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을 끼고 집을 산 그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150만 원을 고정적으로 지출한다. 여기에 광역버스비 등 훌쩍 뛰는 교통비까지 더해지면 주거 유지에만 월 200만 원 가까운 돈이 증발한다. 서울 친구들 모임에 한 번 나가려면 주말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과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숫자만 보면 이 씨의 삶이 훨씬 고달파 보이지만, 심리적 만족도는 엇갈린다.
김 씨는 "출퇴근이 편해 평일 저녁에 개인 정비를 할 시간이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서울 전셋값이 다시 뛴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결국 남의 집인데 이러다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것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든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 씨는 "매일 아침 셔틀버스에서 선잠을 자며 출근할 때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면서도 "주말에 넓은 신축 단지에서 안전하게 뛰어노는 7살 아들을 유소년 축구클럽에 데려다주고 동네 인프라를 누리다 보면 피로가 가신다. 무엇보다 대출 원리금을 갚는 게 버겁긴 해도, 내 자산이 우상향 할 수 있다는 '안전마진'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가장을 든든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샐러리캡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요일 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3040 직장인들의 등 뒤에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라면 이번 주말, 어느 동네로 향하겠는가.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