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첫 걸음' 돕는 입는 AI… 한양대 학부생 3인의 도전
'ICT 어워드 코리아 2026'서 대학부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이사장상 수상
[파이낸셜뉴스] 파킨슨병 환자가 걷던 중 갑자기 발이 굳어 넘어지는 위험을 막아주는 '착용형(웨어러블) 인공지능(AI) 기기'가 대학 학부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외부 서버나 통신망 연결 없이 발목에 찬 작은 기기 스스로 걸음걸이를 분석해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기술이다.
한양대학교는 융합전자공학부 3학년 강유리·권대윤·진예림 학생으로 구성된 '한걸음' 팀이 파킨슨병 환자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저전력 웨어러블 시스템을 개발해 'ICT 어워드 코리아 2026' 대학부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이사장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학생들이 주목한 것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보행동결(Freezing of Gait)' 현상이다. 걸음을 걷거나 방향을 틀 때 마치 발이 땅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얼어붙는 증상이다. 이때 몸의 상체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다 보니 중심을 잃고 앞으로 심하게 넘어져 다치기 쉽다. 낙상에 대한 공포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외출을 피하고 집 안에만 머물며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한걸음 팀은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늘 차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은 장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기존 연구들은 몸 곳곳에 여러 개의 센서를 붙이거나 복잡한 AI 프로그램을 써서 기기가 무겁고 배터리 소모가 극심했다.
학생들은 단 1개의 움직임 감지 센서(IMU)와 계산이 가벼운 초경량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조합해 해법을 찾았다. 센서가 모은 걸음걸이 정보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클라우드로 보낼 필요 없이, 기기 내부의 초소형 컴퓨터 칩(MCU)에서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기기 자체에서 AI가 바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을 채택해 전력 소비와 반응 지연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 장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지 △정상 보행 △동결 전조 △신호 전달 △회복 등 5단계로 세밀하게 구분해 인식한다. 움직임이 적을 때는 데이터 수집을 줄여 배터리를 아끼고,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만 집중 작동하는 똑똑한 절전 기술도 담았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지 않고, 3학년 학부생들이 하드웨어 회로 제작부터 소프트웨어 코딩까지 전 과정을 직접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권대윤 학생이 전자회로 기판(PCB)을 설계·제작하고, 강유리 학생이 AI 모델 경량화와 내부 제어 프로그램을 맡았으며, 진예림 학생이 데이터 분석과 성능 검증을 담당해 실물 기기를 만들어냈다.
현재 개발된 시제품은 보행동결 전조 증상을 감지했을 때 빛(LED)으로 상태를 알려준다. 팀은 이를 더 발전시켜 발목에 즉각 진동을 전달해 멈춘 발을 다시 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햅틱(진동)'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살필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권대윤 학생은 "보행동결은 환자의 일상생활 안전을 해치고 삶의 의욕까지 꺾는 큰 문제"라며, "위험한 순간 진동 신호로 발걸음을 터주는 시스템을 완성해 환자분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