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왜 '더 못 벌어서' 기소됐나...검찰의 나쁜 칼 배임죄 [이환주의 시선]
검찰 개혁에 대한 '아싸' 기자의 단상 2화
[파이낸셜뉴스] 배임죄의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함께 가장 대표적으로 검찰이 자의적으로 악용하기 좋은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처럼 배임죄 역시 구성요건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검찰권 남용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연주 전 KBS 사장(2008년 기소 2012년 대법원 무죄 확정)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2015년 기소 2020년 대법원 무죄) 사례 등이 대표적인 배임죄 남용 사례로 꼽힌다. 배임죄의 이러한 악용 가능성과 부작용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도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요건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태와 관련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간사업자들로 하여금 7886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배당이익 6725억 원 중 1830억 원만 배당받아 4895억 원의 손해를 보게 했다"며 배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의 주장은 거칠게 요약하면 첫째, 이재명 성남시장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지 않아 성남시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은 당시 이 시장에 대해 "공산당 같은 XX"(녹취)라며 강하게 원망하고 욕설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민간에 특혜를 줬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둘째로 성남시는 배당 수익 외에도 사업을 통한 이익금으로 공원을 조성하게 하고, 도시 기반 시설을 짓게 하는 방식으로 간접 회수했다.
개발 사업 이익을 '사후 정산'이 아닌 '사전 확정' 이익으로 정한 것도 당시 이 시장이 내놓은 묘수였다. 사후 개발 이익으로 정할 경우 건설사 등은 건설 비용 등을 부풀려 이익을 0으로 만들고 공공과 이익을 나누지 않으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장동 사업의 경우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 막대한 이익이 났을 뿐 부동산 개발 사업의 이익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2009년 경기도 고양시에 2700가구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주택 시장 침체가 겹치며 1조~2조 원대 막대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 이후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투입 그룹 차원의 총지원금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 알려졌다.
배임죄의 경우 특정 의사결정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지 이익을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영 판단을 내려야 함에도 결과만 놓고 이를 죄로 볼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경영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예측 가능성'과 '고의성 유무'를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완벽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 역시 결국은 "검사와 변호사가 말싸움을 해서 논리적으로 더 그럴듯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배임죄는 1871년 독일제국형법 266조로 규정된 뒤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형법상 배임죄가 없는 대신 '경영판단의 원칙'이 확립돼 있다. 경영자가 회사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판단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도 미국처럼 민사 손해배상 또는 사기죄로 처리할 뿐 배임죄가 없다. 일본은 배임죄에 대해 '목적범(손해를 가할 목적)'만 처벌해 고의성을 엄격히 따진다.
한국의 배임죄가 특이한 지점은 형법상 일반 배임(5년 이하의 징역), 업무상 배임(10년 이하의 징역)에 더해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되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무거워진다.
배임을 가중처벌하는 나라는 한국뿐인데 다시 말하면 검찰의 배임죄 기소가 그만큼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또 미국은 판례로, 독일은 해석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면책 규정을 두지만 한국은 면책 규정이 없다. 더불어 배임죄를 판단하는 손해의 범위도 넓은 편이라 법원 판단에 따라 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상의가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4~2023년 횡령·배임죄 무죄율은 평균 6.7%로, 형법 전체 범죄 평균 3.2%의 두 배 넘었다. 배임죄의 경우 무죄율도 높고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거나 심지어 심급에 따라 결론이 모두 달라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복현 전 원장도 배임죄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에 하나 검찰의 주장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공은 민간과 합작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경우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대장동 사업은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사업 중 공공이 초과이익을 환수한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를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상황에 적용하면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극 도입하고,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발 및 분양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적 결론에 다다른다. 용산공원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거나,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 이를 정부 재원으로 마련한 뒤 공공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는 공공 개발 방식이야말로 배임죄도 피하고 정부로서도 공익성을 획득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법적 판단의 결론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사실에 기반해 공정하고 정의롭게 내려졌다는 사회적 믿음이 선행돼야 한다. 범죄의 유무를 최종 판단하는 법원의 권위는 이 같은 믿음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자초한 과거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과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개입 의혹 등 검찰과 법원은 스스로 신뢰 기반을 훼손한 전례가 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1심 재판은 중지된 상황이다. 2023년 3월 검찰이 기소해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되다가 2025년 7월 헌법 84조를 근거로 정지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특검이 이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장동 사태를 포함해 백현동·위례·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등 8개 사건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사건 자체가 검찰의 조작 기소에 의한 것이라면 특검이 공소취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개혁의 명분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막는 것이었음에도, 특검이 수사하지도 않은 사건을 공소 취소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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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