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품은 브릭스 "중동 확전 자제·안보리 개혁" 한목소리…속내는 '동상이몽'
[파이낸셜뉴스]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중동 지역 확전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고 국제법에 어긋나는 일방적 제재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 첫날 "2026년 뉴델리 선언이 어떤 회원국의 이의 제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브릭스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중동·서아시아에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각국의 기존 입장을 상기하면서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분쟁과 관련해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책임을 직접 거론하기보다 확전 방지라는 최소 공통분모를 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핵 안전조치와 안보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며 글로벌 핵 위협 증가에 대한 경고도 성명에 포함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일방적 강압 조치(제재)를 규탄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배치되는 일방적 관세·비관세 조치가 증가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공세 등을 겨냥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회의 연설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유엔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모디 총리는 개회식에서 "현재 글로벌 협력 체계는 소수에게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피라미드 구조"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안보리 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달러 패권 완화를 위한 '탈달러화' 논의도 이어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 압박에 맞서 대안 금융 도구를 구축해야 단다고 촉구했고, 회원국들은 국경 간 결제에서 실질적 해결책을 지속해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서방을 견제하는 단일대오 이면에는 회원국 간의 복잡한 셈법과 균열도 뚜렷하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상회의가 "워싱턴에는 없는 '이란과의 대화 테이블'을 중국, 인도, 러시아에 제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 표적이 된 UAE와의 갈등 등 내부 분열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에서 인도의 에너지 수입로인 호르무즈 해협 등을 의식해 "항행과 통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뼈있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