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부위원장 "AI 경쟁은 에너지 경쟁"… 제주서 청정전력·자율주행 GX 해법 제시
국가AI전략위 상근부위원장 제주서 기조강연
"AI가 에너지 효율 높이고 청정전환 가속"
자율주행 EV·V2G·분산에너지 결합 강조
제주 실증 뒤 전국 확산·글로벌 진출 지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와 데이터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나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AI와 자율주행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에너지를 결합해 녹색전환(GX) 기술을 실증하고 이를 전국과 해외시장으로 확산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13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2026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 행사 등에 따르면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제주시 첨단로 카카오 스페이스닷원에서 '에너지로 움직이는 AI'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하정우 부위원장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AI 경쟁은 이미 에너지 경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대규모 연산시설과 전력이 필요하다. AI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GPU 등 연산장치 확보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망과 발전원, 저장설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하 부위원장은 반대 방향의 가능성도 강조했다. 전력이 AI를 움직인다면 AI는 발전량과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청정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와 청정에너지, 기후테크를 결합해 GX를 가속하고 새로운 딥테크 산업생태계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GX는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너지 구조를 기술혁신을 통해 저탄소 구조로 바꾸는 녹색전환을 뜻한다. 하 부위원장의 구상은 AI를 새로운 전력 소비원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전력 생산·저장·소비를 효율화하는 기술로 동시에 활용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제주가 이 같은 모델의 실증지역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5년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4.3%로 전국 평균 10.6%를 크게 웃돈다. 풍력과 태양광 보급이 빨랐던 만큼 발전량 변동과 전력 수급, 출력제어 등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다른 지역보다 먼저 경험했다.
하 부위원장은 이런 환경을 AI 산업과 연결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자율주행 전기차가 중요한 연결고리로 제시됐다. 하 부위원장은 제주 방문 기간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의 차량을 직접 시승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도심도로와 공항 인근 해안도로를 거쳐 회사 차고지까지 이동하면서 실제 교통환경에서 차량과 보행자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살폈다.
제주에는 관광객 렌터카와 지역 차량이 뒤섞이고 도심과 해안도로 등 주행환경이 다양해 실제 도로 기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좋은 조건이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여기에 전기차와 에너지 체계를 연결하는 구상도 내놨다. 자율주행 전기차에 스마트 충전과 V2G, 분산에너지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필요할 때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전기차를 이동수단뿐 아니라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전기차에 충전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저장된 전기를 활용하면 변동성이 큰 풍력·태양광 발전을 보완할 수 있다.
하 부위원장은 이를 'AI × EV × Energy'가 결합된 GX 생태계로 설명했다.
제주에서의 발언은 하루 뒤 열린 '제주 AX 대전환 비전 선포식'에서도 이어졌다. 하 부위원장은 풍력·태양광과 AI 데이터센터, ESS, 전기차와 건물을 연결해 제주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저장체계처럼 운영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AX 전략과도 접점이 생긴다. 제주도는 국가 GPU 인프라 우선 배분과 제주권 AX 대전환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AI 정부 전주기 실증지역 지정 등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AI 데이터센터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제주에서 제시된 모델은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ESS 저장, 자율주행 전기차와 V2G까지 하나의 에너지 생태계로 묶는 구조다.
AI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을 청정에너지로 공급하면서 AI를 다시 재생에너지 운영과 교통·산업 효율화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 부위원장은 지역에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가 제주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주를 비롯한 지역에서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을 연구·개발해 상용화한 뒤 전국으로 확산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지방정부와 관계부처의 협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제주에서 제시된 AI와 자율주행 EV, V2G, 분산에너지 결합은 아직 하나의 구체적인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자율주행차와 전력망을 실제 연결하려면 충전 인프라와 전력시장 제도, 차량·충전사업자 간 데이터 연계, 전력망 운영기준 등을 함께 풀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 확보와 계통연계, 투자 주체와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가 전국보다 먼저 축적한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실증 경험을 AI와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산업수요에 연결할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다.
하 부위원장은 "더 많은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지역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을 연구·개발해 상용화한 뒤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지방정부,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