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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조 '차환의 시간' 덮쳤다… 7%대 금리 떠안는 기업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회사채 348조·단기물 358조 폭탄
국고채 3년물 금리 연 4% '최고'
우량기업, 회사채 떠나 은행으로
중소·중견은 7%대 조달도 속속
석화·건설업 등 취약고리 경고등

700조 '차환의 시간' 덮쳤다… 7%대 금리 떠안는 기업들

최근 고금리가 '뉴노멀'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올해 처음 연 4%를 넘어선 가운데 오는 2028년까지 348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서다. 저금리 시기 연 2~3%대에 조달했던 자금을 4%대 이상의 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기업이 늘면서 '차환의 시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특히 우량기업에는 '비싼 차환'이, 비우량기업에는 '차환 자체의 어려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700조 만기 온다…" 7%대 조달 속속 등장

13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일반 회사채(ABS 포함)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498조4435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 322조2603억원 대비 5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28년까지 만기를 맞는 회사채는 348조1607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약 70%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약 128조원, 2027년 약 110조원, 2028년 약 109조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단기 시장성 조달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기업어음(CP) 잔액은 ABCP를 포함해 약 254조원, 전자단기사채는 ABSTB를 포함해 약 104조원이다. 단기물량까지 포함하면 2년4개월 이내 차환하거나 현금상환해야 하는 시장성 차입은 700조원대로 불어난다.

여기에 시장금리도 빠르게 뛰고 있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4bp(1bp=0.01%p) 오른 연 4.014%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회사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같은 날 연 4.688%를 기록했다. 싱글 A급은 5%대, BBB-는 연 10%를 넘어간다.

이미 중견·중소기업에서는 7%대 조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BBB+급 풀무원은 지난달 말 신종자본증권을 연 7.0%에 발행했고, BBB급 이랜드월드는 지난달 회사채를 연 7.3%대에 조달했다. 무등급인 기린종합건설, 대우공업 등도 P-CBO를 통해 연 7%대에 자금을 마련했다.

■회사채 의존도 낮추는 기업들…비우량사는 어디로?

올해 들어 회사채 금리가 국고채 금리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까지 겹쳐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은행대출 등으로 조달 통로를 바꾸는 흐름이다. 회사채 발행비용이 높아진 데다 차환 불확실성까지 커진 영향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투자적격등급 비금융 회사채 발행기업들의 총차입금은 늘었지만 회사채 조달 의존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시장성조달 대신 은행대출 등 비시장성조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투자적격등급 비금융 회사채 발행기업 245곳의 회사채 잔액은 지난해 말 207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97조원으로 줄었다. 총차입금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상반기 말 23%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탈회사채' 이후다. 우량기업은 은행대출 등 대체 조달수단을 활용할 수 있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업황이 부진한 기업은 선택지가 좁다.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우량기업은 비싸게라도 빌리고, 비우량기업은 빌릴 곳을 찾기 어려운' 신용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고금리는 한국 경제의 취약 고리를 건드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금리 차환 충격은 업황 부진까지 겹친 석유화학·건설업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재편과 설비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석유화학 업황의 실질적인 정상화 시점을 빨라야 2029년 이후로 보고 있다.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공사미수금 회수로 일부 건설사의 순차입금 부담은 완화되고 있지만 PF 우발채무가 빠르게 줄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들 업황부진 업종이 현금창출력이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만기가 돌아오면 고금리 차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을 흔들 수 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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