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레버리지가 남긴 빈자리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주가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에 등장했다.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겠다는 취지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상장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었다. 운용사들은 앞다퉈 상품을 내놨고, 개인투자자도 대규모로 뛰어들었다. 6월 거래대금 상위 7개 ETF 중 5개, 7월 상위 6개 중 4개가 관련 상품이었다. 두 종목의 등락에 베팅하는 상품이 ETF 시장의 거래를 주도한 셈이다.
그러나 상승을 두 배로 따라가는 구조는 하락도 두 배로 키웠다.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레버리지 ETF 가격도 곤두박질쳤다. 손실이 커지고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 등 규제를 강화했다. 출시 두 달여 만이었다.
과열은 빠르게 식었다. 6·7월 10조원을 웃돌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최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 ETF 일평균 거래대금도 6월 38조원에서 9월 16조원대로 감소했다.
거래 감소가 나쁜 일만은 아니다. 과도한 단기 매매가 줄면서 시장 변동성도 잦아들고 있다. 문제는 상품 혁신과 투자자의 선택권을 강조했던 주체들이 부작용이 드러난 뒤에는 당시 판단을 되짚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레버리지 상품을 샀다면 손실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이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운용사와 시장의 문을 연 당국의 책임까지 지워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운용사는 수요가 있는 상품을 공급했을 뿐이라고, 당국은 위험을 경고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해명할 수 있다. 각자의 명분은 있지만 투자자의 계좌에 찍힌 손실을 두고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ETF는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그러나 이번 열풍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주가를 맞히는 고위험 베팅 수단에 가까웠다. 거래대금과 상품 수 증가를 시장의 성장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레버리지 열풍은 잦아들었지만 짧은 흥행 뒤에 남은 손실과 불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품을 먼저 내놓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로 막는 일이 반복된다면 다음 혁신이라는 말도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위험신호로 들릴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