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AI發 '부실특허' 한일 공동대응… IP 공시 활성화 등 협력" [한일 변리사회 교류 확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韓日변리사회 첫 '워킹그룹' 결성
전종학·기타무라 회장을 만나다
1981년 교류 시작 후 45년만에
3시간 합동 의사회서 전격 합의
연례만남 넘어 상시 공조체계로
특허 품질·IP 정책 등 공동 연구
AI플랫폼이 작성한 특허 명세서
분쟁·권리 행사시 효력 없을수도
결국 발명·권리자 손실로 돌아가
기술 유출·영업비밀 침해도 문제
변리사 'IP 전략가'로 역할 확장
지식재산 보호부터 자금조달까지
신생 혁신기업 가치 창출 뒷받침
"사업 수익 연구개발 재투자 중요"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일본 도쿄 일본변리사회 회관에서 열린 기타무라 슈이치로 일본변리사회 회장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일 변리사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부실 출원과 특허 심사 부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교류 45년 만에 첫 상시 실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대한변리사회 제공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일본 도쿄 일본변리사회 회관에서 열린 기타무라 슈이치로 일본변리사회 회장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일 변리사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부실 출원과 특허 심사 부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교류 45년 만에 첫 상시 실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대한변리사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한국과 일본 변리사회가 1981년 교류를 시작한 지 45년 만에 첫 실무 워킹그룹을 만든다. 연 1회 합동이사회 중심의 교류를 상시 공동연구 체제로 확대해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부실 출원과 특허 심사 부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AI 활용 지침과 특허 품질, 특허소송의 증거개시, 지식재산(IP) 가치평가 등을 함께 연구한다. 생성형 AI가 특허 조사와 명세서 작성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부실 출원과 기술 유출 위험을 키우면서 변리사의 역할도 출원 대리에서 기술의 선별·보호·평가·사업화를 설계하는 'IP 전략가'로 넓어지고 있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회장과 기타무라 슈이치로 일본변리사회 회장은 지난 11일 도쿄 일본변리사회 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공동 인터뷰를 갖고 워킹그룹 구성 배경과 향후 협력 과제를 밝혔다. 워킹그룹은 사전 조율된 의제가 아니라 이날 약 3시간 동안 열린 합동이사회에서 도출됐다. 전 회장은 "AI 등 지식재산 환경의 변화가 빨라 연 1회 합동이사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양국 제도가 유사하면서도 서로 보완할 부분이 많아 공동 연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기타무라 회장도 "AI뿐 아니라 특허소송의 증거개시 방식과 IP 가치평가에 관한 양국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쓴 부실 특허 "발명자가 손해"

양국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특허 대량 출원과 품질 저하다. 전문가의 기술·법률 검토를 거치지 않은 출원이 늘면 특허당국의 업무 부담이 커져 정작 보호받아야 할 혁신 발명의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

전 회장은 "한국에서도 개인이 발명의 내용과 권리 범위를 담는 특허 명세서를 AI 플랫폼으로 작성해 출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쉽게 권리를 보호받는 것 같지만 변리사의 검토 없이 작성된 명세서에서는 상당한 질적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대한변리사회는 실태조사에서 확인한 문제점을 일본변리사회와 공유했다. 일본이 앞서 마련한 AI 지침을 참고해 한국형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

전 회장은 "부실 특허는 등록되더라도 분쟁이나 권리행사 단계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결국 손실은 발명자와 권리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기타무라 회장은 "AI를 이용해 순식간에 많은 출원이 나오면 사람이 하나씩 정리해서는 따라갈 수 없다"며 "일본 특허청도 출원 분류와 심사 준비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조사·분석과 문서 작성 시간을 줄이지만 할루시네이션(사실이 아니거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AI가 그럴듯하게 생성해 내는 오류)과 편향된 결과를 낼 위험도 있다. 기타무라 회장은 "현재의 AI는 언어모델로 물리현상과 원리를 실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발명자의 진정한 의도도 파악할 수 없다"며 "최종 검증과 판단은 변리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럴듯한 명세서라도 전문가 검토를 받지 않으면 권리행사 때 전혀 쓸 수 없는 문서로 판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공개 기술과 연구개발 자료를 범용 AI에 입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도 공동 과제로 꼽혔다.

■출원 대리 넘어 'IP 전략가'로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변리사의 무게중심도 출원 실무에서 기술 분석과 권리화·사업 전략 수립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 회장은 "AI를 활용하면 발명의 본질을 파악하는 시간을 줄이고 기술을 어떻게 권리화해 사업과 연결할지를 설계하는 변리사의 본질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발명과 인간이 AI를 도구로 만든 발명의 경계를 정하는 일도 과제다. AI는 법적으로 발명자가 될 수 없는 만큼 인간이 어느 정도 관여해야 권리를 인정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전 회장은 "문서 작성에 AI를 어느 정도까지 이용해야 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양국의 공동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회장은 AI 대응에 그치지 않고 변리사의 전문성을 기업의 기술 보호와 가치평가, 자금 조달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지식재산처 출범을 계기로 IP 정책이 특허 심사·등록에서 분쟁 대응과 금융·투자, 사업화로 확대되고 있다.

전 회장은 기업의 핵심 특허와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 알리는 'IP 공시'를 활성화하고 해당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대출·투자로 연결하는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사업화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과 신규 IP 창출에 투입하는 구조다.

전 회장은 "신생 혁신기업의 매출은 기술 개발 후 몇 년이 지나야 발생한다"며 "현재 매출만으로 평가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핵심 무기인 지식재산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기업의 지식재산과 사업성을 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타무라 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사업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기업가치담보권을 활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변리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정치권도 지식재산 평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기타무라 슈이치로 일본변리사회장 △오사카대 공학부 정밀공학과 졸업 △변리사법인 R&C 대표 파트너 △2014년 일본변리사회 부회장 △2015년 일본변리사회 변리사법개정위원장 △2016~2017년 일본변리사회 중앙지식재산연구소장 △2021년 일본변리사회 컴플라이언스위원장 △2023년 일본변리사회 간사이회 회장 △2024년 일본변리사회 집행이사 △2025년~일본변리사회 회장 ■ 전종학 대한변리사회장 △1970년 경남 거창 △고려대 전자공학,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로스쿨, 고려대 박사 수료 △2003년 10월~경은국제특허법
■ 기타무라 슈이치로 일본변리사회장 △오사카대 공학부 정밀공학과 졸업 △변리사법인 R&C 대표 파트너 △2014년 일본변리사회 부회장 △2015년 일본변리사회 변리사법개정위원장 △2016~2017년 일본변리사회 중앙지식재산연구소장 △2021년 일본변리사회 컴플라이언스위원장 △2023년 일본변리사회 간사이회 회장 △2024년 일본변리사회 집행이사 △2025년~일본변리사회 회장 ■ 전종학 대한변리사회장 △1970년 경남 거창 △고려대 전자공학,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로스쿨, 고려대 박사 수료 △2003년 10월~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2014년 9월~대한민국 세계특허(IP)허브국가추진위원회 운영위원 △2017년 2월~2026년 3월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회장 △2021년 7월~미주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 한국본부장 △2026년 3월~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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